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대선 경선 패배 뒤 이른바 '백의종군'하며 당내 재평가를 받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보수텃밭'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투어에 나서면서 차기 당권 경쟁의 서막을 알렸다.
국민의힘은 8월 중 전당대회를 여는 방향에 최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안 의원을 비롯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 한동훈 전 대표 등이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의 강 못 건너고, 당내 통합 못해 패배…달라져야"
안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내, 특히 친윤 주류 그룹 가운데서 차기 당대표 대안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안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주류 그룹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져왔지만, 대선 본선 과정에서 안 의원이 적극적으로 뛰어든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대선 당일 이재명 대통령 우세가 예측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모두가 개표 상황실을 떠났을 때 홀로 맨 앞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한동훈은 안 되고, 단일화 약속을 파기한 김문수도 믿기 어렵고, 결국 안철수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계파 갈등으로 당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수도권·중도에 소구력 있는 안 의원을 지도부로 세우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당내 여론에서 뜻밖의 '상한가'를 치게 된 안 의원은 18일 대구시당 방문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선거가 끝난 이후 (지지자들이) 사실 많이 실망했을 텐데 사과드리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한 사람으로서 당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왔다"며 '민심투어'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다음 주쯤 부산도 가고, 대전이나 수도권도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인에 대해서는 "첫째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뭐라 할 생각 없지만, 만장일치로 결정되면 법치주의대로 행동하는 게 보수의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 "한밤중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서 삐걱대며 귀중한 일주일을 까먹었고, 후보가 정해지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한 상황에서도 당내에서 힘을 합치지 못했다"며 "이런 부분이 혁신을 통해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일인 독재 정당으로 변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민주성을 갖고 있고 당원들이 민주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기적으로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조기전대 가닥…김문수·나경원·안철수·한동훈 '리턴 매치' 하나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당 3선, 4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 16일 선출 후 이틀 동안 당내 선수별 간담회를 마친 송언석 원내대표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해 줬다"며 "실무적으로 최대한 빨리할 수 있는 날짜가 언제가 되는지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연장을 주장하지만, 조기대선 패배 이후 리더십 공백과 분열이 심화하면서 선출된 지도부로 리더십을 조속히 재건하자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8월 2일 전당대회를 예고한 만큼, 국민의힘도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이전에 전당대회를 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차기 당권 주자로는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아직 출마 여부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언제든 당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유력 후보군이다.
김 전 후보는 지난 4~6일 선대위·캠프 해단식, 현충원 참배,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나경원·안철수 의원과의 연쇄 회동 등을 통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 전 대표 역시 당대표 출마를 놓고 고심 중이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선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일부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존한다.
나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개혁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가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18일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안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지금은 생각해본 적 없고, 생각할 때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헌재 만장일치 이후에도 탄핵에 반대하면 전당대회에 나오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차기 당권 후보군에 포함된 일부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이날 대구시당 간담회 현장에서 당원들은 "선거 이후 당의 방향이 안 보인다", "혁신의 움직임도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 측은 "부산 등 다른 지역도 돌며 당원들의 의견을 계속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