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 싣는 순서 |
①때론 멀게 때론 가깝게…진퇴 반복해온 韓日 ②갈등 남은 尹정부 '제3자 대위변제안'…첫 고비 되나 ③트럼프앞 한일 '동병상련'…새 안보·경제협력 청사진은? ④"과거사 문제로 한일협력 포기는 사치"[인터뷰] ⑤이재명정부 예상밖 '韓日훈풍'…'관리 국면' 돌입(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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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는) 마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작은 차이들이, 또 의견의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이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이재명 대통령, 18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이 지역 그리고 세계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그런 관계가 되기를 저는 진심으로 기대한다(이시바 일본 총리, 한일 정상회담에서)".한일관계에 전례없는 기대감이 묻어나고 있다.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을 관리하고 충돌을 피하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한일 모두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양국관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훈풍이 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을 중요한 협력파트너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는 과거사와 경제, 안보 등 협력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 당 대표 시절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일본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윤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안과 관련해 "정부 배상안을 피해자가 공식 거부하고 국민은 반대하는데, 윤 대통령은 '구상권 청구가 없을 것'이라고 일본 눈치만 살폈다"며 "윤석열 정권이 결국 일본의 하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야당 정치인 시절 '반일' 딱지를 붙였다. 우리나라처럼 일본 언론들도 한국 정치인에 대한 보도를 할 때 친일과 반일로 구분해 나름의 성향을 분석, 보도한다. 대선 당시에도 '이재명이 되면 한일관계는 냉각될 것'이라는 언론들의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취임 초기 양국 관계는 일단 순조로운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부터 '실용 외교', '과거사 분리 대응', '한일 파트너십'을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에 이어 일본 정상과 두 번째로 통화했다. 중국보다 앞서 일본과 통화한 점을 일본 여론도 높이 평가했다. 한일 정상회담 역시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한일 정상은 우리 시간 18일 G7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줄곧 강조했다.
국교정상화 60주년, 한국의 대통령 교체 등 정치적 이슈들과 맞물려 양국간 불고 있는 '훈풍'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북핵위협과 미중 경쟁이라는 국제정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 정책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 앞에 놓인 두 나라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힘을 합쳐 도전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인 상황이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과거사 문제로 싸움을 벌여 얻는 이득보다 각종 이슈에 대해 두 나라가 전략적 소통을 통해 이익을 공유하자는 관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관계 개선에 따라 한미일 공조 체제도 당장 북한의 위협적 존재감이 커지는 지금 연결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앞서 취임 선서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 대일 외교를 언급하며 '일관성'을 언급했는데, 이는 곧 과거사 문제 대응에 있어 전 정부에서 진행되어 온 협상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윤석열 정부의 일본 정책이 이어지기를 바라던 일본 내 여론을 안심시켰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일본 여론은 다소 경계심을 푸는 분위기다. NHK방송이 지난 6~8일 18세 이상 1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 관계에 대해 59%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5%는 '좋아질 것'이라고 답해 '나빠질 것'(24%)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과거사를 관망하고 일단 양국관계 개선에 힘을 실었지만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한일은 앞서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일본 측의 성의 부족으로 파행된 추도식은 일본 정부의 약속에 따라 매년 진행된다. 따라서 올해 일본 측의 대응에 따라 양국 관계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이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아시오 광산 등에 대해서도 등재를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국내 여론이 나빠질 수도 있다.
앞서 요미우리는 "양국에 불화가 생겼을 때 이 대통령이 지지층을 진정시키고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일본의 불안이 (아직) 강하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이재명의 한국'에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의 '애초에 일본을 적이라고 생각해야 할 이유가 이 대통령에게는 없다'는 발언을 실으면서도 이 대통령이 취임식 때 항일 독립운동의 상징인 '진관사 태극기'를 본뜬 배지를 달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캐나다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상호 신뢰 구축이 시작되면, 셔틀회담으로 이어지고 신뢰가 끈끈해지면 양국이 '윈-윈'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사 문제가 첩첩산중이지만 한일 모두 큰 틀에서 협력을 유지하며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일본 내 극우의 망언이나 국내 정서나 대일 반감을 협력의 중요성이란 큰 틀에서 설득하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