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안철수 의원 유튜브 화면 캡처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의 막이 오른 가운데, 후보들이 화제성을 잡기 위해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과 '패러디'를 이용한 파격적인 홍보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선 경선 후보 측이 지난 15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나니가스키? 안철수!'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은 '파격'으로 화제다.
해당 영상은 일본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 시리즈의 프로젝트 유닛 '아이스크림'(AiScream)이 요코하마 공연에서 선보인 노래 '아이♡스크~림!'을 패러디한 것이다.
'나니가스키'는 '무엇을 좋아해?'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3명의 성우가 각각 "나니가스키?"를 외치면 "OO보다도 아나타(바로 너)"라고 답변하는 부분이 최근 SNS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안 대선 경선 후보 측은 이 부분을 "국민쨩!", "네?", "어떤 게 좋아?", "초코민트보다도 안철수!" 등으로 개사했다. 영상 중간에 '볼 하트' 포즈를 취한 안 의원 사진도 나온다.
안 대선 경선 후보 측은 17일 CBS노컷뉴스에 "안 의원님이 유튜브 숏츠 등과 관련해 대부분 2030 보좌진에게 결정권과 선택권을 맡기고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게 한다"며 "그렇기에 트렌드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론 조사를 보면 안 의원님이 다른 후보들보다 2030 지지율이 높다"며 "이번 영상은 2030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김문수 전 노동부 장관 캠프 제공또 다른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배우 공유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김 후보 캠프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김문수 대통령 경선 후보 홍보 영상'을 올렸는데, 이와 함께 김 후보 사진과 공유의 얼굴을 붙인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조명을 이용해 후보의 얼굴을 반씩 나눠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조명을 비춘 "왼쪽 얼굴은 온화하고 따뜻한 이미지", 조명을 비추지 않은 "오른쪽 얼굴은 강단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라는 게 김 후보 캠프의 설명이다.
김 후보 캠프는 "특히 얼굴 비율의 보정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이유는 김문수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그가 가진 진정성을 부각하기 위함"이라며 "이는 '오징어 게임 2'에 출연한 배우 공유의 얼굴을 연상시키며 화제성을 일으켰던 기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김동연 경기지사 유튜브 화면 캡처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유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과 마블 유명 히어로 캐릭터 '아이언맨'을 활용한 영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AI(인공지능) 패권전쟁, 이길 준비 됐습니까? AI 강국으로 레벨업합시다!'라는 제목의 영상 초반 김 지사는 정장을 입고 등장해 AI 산업 대응의 시급함을 강조한다. 이후 "AI 강국 각성 퀘스트를 시작합니다"라는 대사와 함께 후반부는 게임과 히어로물이 결합한다. 김 지사는 '아이언맨'을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변신해 "S급 AI 국가, 김동연이 만듭니다"라고 말한다.
김 대선 경선 후보 캠프 측은 "'유쾌한 캠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선대위의 자원봉사자들은 상하 관계가 아닌 서포터즈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이들 중 대다수가 2030으로, 다양한 캠페인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며 "해당 영상도 MZ 서포터즈의 아이디어로, 국산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이 모티브"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AI 산업이 '나홀로 레벨업'하며 아이템을 장착하는 과정을 형상화했다. 최종 단계에서 AI 비서를 적극 활용하는 '아이언맨' 이미지를 후보의 이미지와 오버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사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X(엑스·구 트위터) 캡처선거에서는 누가 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더 큰 화제성을 일으킬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선거철만 되면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이 나온다.
의도치 않게 대중이 직접 '밈'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장에서 연설하던 중 날아온 총알에 맞았다. 이후 다양한 밈이 나왔고,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굿즈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SNS 시대, 대중에게 친숙한 방식인 밈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화제성을 선점할 수 있다. 특히 인기 있는 콘텐츠를 활용한 선거 캠페인은 빠르고 친숙하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대선 경선 후보들의 패러디에 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콘텐츠가 가진 소구 대상, 해당 세대에게 좀 더 자신의 이미지를 대중 친화적으로 보이고자 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언론에도 보도되고, 이를 통해 해당 콘텐츠에 관심 있는 세대 외에 다른 세대도 특이하게 바라보면서 관심을 두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하나의 화제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X(엑스·구 트위터) 캡처전문가들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해야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정 평론가는 "중요한 건 패러디했을 때, 콘텐츠가 보여주려고 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잘 표현해야 한다. 아주 똑같지 않더라도 지향성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그러려면 콘텐츠를 잘 이해하고 패러디해야 한다. 원작에 대한 이해 없이 '따라 하기' 정도로 했다가는, 요즘처럼 팬덤이 강한 시대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 평론가는 "후보자의 이미지를 스스로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어울리는 캐릭터를 잘 찾을 필요가 있다"며 "그리고 본인의 평소 메시지와 활용하려는 밈의 맥락이 서로 이어지는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유명하다고 해서 후보의 이미지와 상충하는 콘텐츠를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선호도 높은 캐릭터를 특정 정치인이 그냥 썼을 경우,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다"며 "그렇기에 선호도가 매우 높은 캐릭터를 쓸 때는 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