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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내란 수괴' 尹이 쓴 불명예 기록들…수두룩한 '헌정 최초' ②'미리 알았다면'…수상쩍었던 尹, 물밑엔 비상계엄 준비 (계속) |
12·3 비상계엄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던져줬지만, 기획자들 입장에선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었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적어도 지난 2023년 말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게 '비상조치'나 '비상대권'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 시작했다. 작년 3월 이후에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주요 군 지휘관들의 회동에서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뚜렷한 이유 없이 경질됐다.
비상계엄 선포 100여일 전 야당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당시 '괴담'이라고 반박한 군 수뇌부는 후에 내란의 주역이 됐다.
김용현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12월 1일 포고령 등을 작성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수정·보완을 거쳐 다음 날 확인·승인 받았다. 아슬아슬했던 국정 운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며 그렇게 파국 위기에 놓였다.
12·3 내란 軍 주역 4명…2023년 11월 취임
그래픽=김성기 기자12·3 비상계엄 군 핵심 관계자인 여인형 전 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2023년 11월 취임했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은 게 2023년 12월이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여 전 사령관은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윤 대통령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나 비상계엄은 실행됐다. 수사기관에서 김용현 전 장관은 비상계엄의 '트리거'로 작년 11월 이뤄진 감사원장 및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사들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를 꼽았다. 이를 지켜본 윤 대통령이 '격노'했고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윤 대통령이 "이게 나라냐, 바로 잡아야 한다,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가 패악질을 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작년 11월 30일 여인형 전 사령관에게 "조만간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을 만나 "헌법상 비상조치권,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튿날에는 곽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보안폰)으로 전화해 "며칠 내로 준비되면 보자"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 역시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내일 보자"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2월 1일 김 전 장관이 작성한 포고령과 담화문, 선포문을 검토했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 주도로 작성된 계엄령 문건과 과거 포고령 등을 참고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시 동원 가능한 병력을 확인했고, 김 전 장관은 특전사에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꽃에 병력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尹의 고집스러운 '비상 조치' 언급…튕겨나간 반대 의견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제22대 총선을 앞둔 작년 3월 말~4월 초 삼청동 안가에서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전 장관(당시 대통령경호처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여인형 전 사령관과 식사를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시국이 걱정된다고 말하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향후 신 실장은 이를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작년 8월 장관에서 경질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조치 고집에 김 전 장관을 필두로 군 수뇌부는 긴밀히 움직였다. 작년 4월 김 전 장관은 자신의 공관에서 여인형·이진우·곽종근 전 사령관과 회동하며 "반국가세력들 때문에 나라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5월 여인형·이진우·곽종근 전 사령관은 서울 강남에서 만나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들은 비상계엄의 현실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은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을 삼청동 안가로 다시 불러 "나라를 정상화할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라고 말했다. 그 뒤 6월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여인형·이진우·곽종근 전 사령관을 두고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는 장군"이라고 치켜세웠다.
윤 대통령은 작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시가행진 후 관저로 김 전 장관, 여인형·이진우·곽종근 전 사령관들을 불러 비상대권에 대해 다시 언급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후 김 전 장관에게 계엄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11월 김 전 장관과 여인형·이진우·곽종근 전 사령관과의 자리에서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계엄 통해 대한민국 재건" 尹, 탄핵소추 뒤 '벼랑 끝'
연합뉴스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은 모두 충암고 출신이다. 국정운영의 중추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수장이었던 이상민 전 장관도 충암고 출신이다. '충암파'가 내란을 주도한 셈이다.
경호처장이었다가 작년 9월 6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용현 전 장관 취임 이후 비상계엄 준비는 더욱 치밀해졌다. 김 전 장관은 '군무원 군사 기밀' 유출 사건 관련 하급자 폭행 및 직권남용 혐의로 인사조치가 검토되고 있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김 전 장관은 10월 들어 문 전 사령관에게 "노상원을 잘 도와달라"고 언급했고 이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물밑 주도로 임무 수행 요원 선발 작업이 진행됐다. 노 전 사령관은 11월에도 문 전 사령관 등을 만나 "선관위 전산자료를 확보해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게 임무"라고 전달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포고령 초안 등을 보고한 12월 1일, 노 전 사령관 주도로 이른바 '햄버거 회동'이 열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선관위 투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 전 장관은 계엄사령관을 맡게 되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비상계엄 선포 당일 현안점검 보고를 지시했다.
김 전 장관으로부터 선관위 투입 등을 지시받은 곽종근 전 사령관은 1, 3, 9공수여단에 준비태세를 지시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에 나선다. 김현태 단장이 이끄는 707 특수임무단에는 비상 대기 명령이 떨어졌다.
이러한 군 실무 라인의 치밀한 준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일 저녁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을 만나 국회 봉쇄 등을 지시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측근 국무위원들을 불렀고 비상계엄 계획을 알렸다. 추가로 부랴부랴 용산으로 모여든 국무위원들은 "큰일 났다"고 웅성거렸고, 윤 대통령은 '졸속' 국무회의에서 계엄 방침을 선언했다.
이윽고 국민들은 TV 생중계를 보며 충격에 휩싸였다. 상기된 표정으로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한 윤 대통령은 이후 탄핵소추라는 직격타를 맞고 헌법재판소의 최종 선고 만을 앞두며 벼랑 끝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