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으로 두쪽난 대한민국…"尹, 헌재 승복‧통합 메시지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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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헌재 선고 승복 의사 밝히고 극렬 지지층 안정시켜야"
"지도자로서 혼란 최소화 위해 통합 메시지 내는 것 당연"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면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의왕=황진환 기자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면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의왕=황진환 기자헌법재판소(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탄핵 찬반 진영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심리적 내전 상태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선고 이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첫 단추'는 윤 대통령의 선고 승복을 포함한 국민 통합 메시지라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12.3 계엄사태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대통령 체포와 구속, 석방에 이르기까지 각종 우여곡절을 거치며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두 쪽으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의 결정마저도 '불법·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지지·비판 세력 양쪽 모두를 자극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헌재의 선고 만큼은 이런 극심한 사회 갈등의 '출구'로 작용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선 계엄 혼란을 초래한 윤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필수라는 조언이 잇따른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르면 이번 주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과 맞물려 17일에도 서울 도심에선 주말에 이어 탄핵 찬반 양측이 집결해 곳곳에서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 광화문에선 탄핵 촉구 단체가 "만약 이번 주 중에도 윤석열 파면 선고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이번 주말 200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헌재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헌재 인근에선 약 200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탄핵 심판 각하하라',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특히 일부 지지자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사진을 붙인 팻말을 바닥에 두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밟아라. 밟지 않으면 빨갱이다"라고 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불과 두 달 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극렬 지지자들이 서울 서부지법에 난입한 불법 사태가 터졌던 터라 이 같은 행동은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보다 앞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시에도 헌재 앞 탄핵 반대 집회가 격화되면서 시민 4명이 숨지는 등 큰 혼란이 발생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를 감안해 경찰도 현재 헌법재판관 전원에 대한 신변 보호 조치를 시행 중이며, 선고 당일에는 기동대만 2만 명을 투입해 시민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류영주 기자극도로 고조된 사회적 긴장이 헌재 선고를 계기로 일정 수준 해소되기 위해선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대통령이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지지자들에게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헌재 결정을 차분히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며 "제도에 대한 신뢰가 망가지면 대한민국 자체가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당연히 헌재 선고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하상응 교수는 "지금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은 윤 대통령 본인 뿐"이라며 "헌재에서 특정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불복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만약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기존 입장을 고수한 채 침묵할 경우 선고 결과에 따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도 "(그동안)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함께 싸울 것' 등 메시지를 던지며 법질서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윤 대통령이 최종 변론에서 이번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선택 교수 역시 "헌재의 결정에는 기속력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기관이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며 "정치 지도자로서 국민 통합과 사회 혼란 최소화를 위해 '비록 불만이 있더라도 헌재 결정을 따르자'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승복 선언 여부는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인 홍선기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표명이 없으면, 이는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계엄 선포 행위 자체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헌재 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태도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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