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로 기소된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오후 파기환송심 선고를 위해 구급차를 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윤성호 기자)
법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에게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과거 재벌 회장들의 경제범죄에 '공식'처럼 적용됐던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시들해지면서 법원도 '정치적 계절풍'에 편승하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고법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앞선 1, 2심 재판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 회장은 '구사일생'으로 풀려나게 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김 회장이 법원에 배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탁해 피해변제를 모두 마쳤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은 점, 부동산 감정평가액 재산정 결과 부동산 배임액이 줄어든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김 회장의 배임액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하며 주주와 계열사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변제는 고려해야 할 요소이지만 규모와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해 보다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유.무죄만 판단하기 때문에 형량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함께 김승연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재판부는 같은 날 '2000억원대 사기성 CP' 사건의 구자원 LIG 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구 회장에게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원심 판결과 비교하면 크게 감형됐다.
재판부는 구 회장에 대해서도 피해변제가 모두 된 점, 건강문제 등을 집행유예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이처럼 1심에서는 '경제 기여 등의 사유로 재벌 범죄를 봐줄 수 없다'고 서슬 퍼렇게 '법정구속'까지 해놓고, 시간이 흘러 '집행유예'선고를 내리는데 대해 법원의 잣대가 시류에 지나치게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박초롱·육덕수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