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8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조정 요구를 거절한 것은 예고된 수순이나 다름 없었다. 일찌감치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의 범위와 시기 등을 전략적으로 검토한 중국이 반 세기 넘게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방치하다시피 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할 가능성은 앞으로도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는 이날 제3차 한.중 국방차관 전략대화에서 "우리 측이 이어도 등이 포함된 CADIZ 조정을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예고된 수순'이었고 앞으로도 중국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중국의 CADIZ 설정은 대중 포위망을 노골화한 미일 안보정책에 맞서는 것인데, 이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10년 넘게 치밀하게 준비하고 검토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핵심이익'이라고 할만한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으로부터 이를 수호하고자 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2001년 미 해군 EP-3 에어리스 정찰기가 남중국해 공해 상공에서 첩보활동을 벌이자 F-8 전투기를 보내 공중 충돌시켰고, 이에 대해 당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 1년 동안 중국은 미 정찰기 활동을 44번이나 차단했다"고 밝혔었다.
2009년에는 대(對)잠수함 작전 중이던 미 군함 임페커블호를 중국 해군 함대가 에워싸고 거의 교전 직전 상황까지 갔었다. 남중국해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가 포함된 동중국해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영토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무력시위를 넘어 충돌을 불사하는 중국의 '결기'는 2천년대 초반부터 관련 사례마다 연구를 거쳐 2008년 CADIZ 선포 검토에까지 이르게 된다. 당시는 중국 외교부가 베이징올림픽 등을 감안해 군의 CADIZ 선포를 잠재웠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미·일이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통해 '일본이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영토에 분쟁이 생길 경우 미군의 자동개입(미일 안보조약 5조)'을 규정하고, 일본이 집단적자위권을 추진하는 형국이 되자, 중국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CADIZ를 선포한 것이다.
CADIZ는 시기 뿐 아니라 범위 면에서도 중국의 전략이 그대로 녹아있다. CADIZ가 포함하는 것은 중일 영토분쟁지역(댜오위다오), 한중 배타적경계수역 갈등지역(이어도), 중일 대륙붕 갈등지역(중일 가스공동개발)까지다. 향후 한일 간 EEZ, 해양자원 갈등까지 고려한 조치다.
철저한 국익 차원에서 CADIZ가 기획된 만큼, 중국이 향후라도 한국 등의 요구로 이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 및 분쟁해결 센터장은 "중국 나름의 안보전략을 후퇴시킬 이유가 없고, 국내적으로도 '미일에 국복하는 것이냐'는 지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어느 시점을 지나서는 방공식별구역에서 대응하지 않는 등 무력시위를 자제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