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강연에 與 "황희 정승 이후 최고의 총리"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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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마 질문에는 "선출직 생각해 본 적 없다"

사진 제공=남경필 위원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 대한 새누리당의 러브콜이 뜨거웠다.

28일 새누리당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대표 남경필 의원)에 강사로 나선 김 전 총리는 '독일의 힘, 독일의 정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뒤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모임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전 총리의 강연을 듣고 '지금껏 독일 관련된 강의 중 가장 명강의'라거나 '황희 정승 이후 최고의 총리'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권력분배·계승·전문가·감동의 정치'가 독일 정치의 4가지 특색

김 전 총리는 독일의 정치를 크게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로 독일의 대연정과 소연정을 예로 들며 권력 분배의 정치를 역설했다. 그는 "독일 국민들은 일 당의 과반수 의석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면서 "90년 독일 통일 이후 지금까지 과반수 의석을 일당에게 준 경우는 1957년 딱 한 번"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나치시대에서 권력 집중의 폐해를 경험하면서 반성한 결과"라면서 "독일 것 그대로를 수입하는 것은 굉장히 걱정스럽지만, 어쨌든 '권력구조 개선'을 통한 정당제도, 선거제도, 독일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국민정치 교육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정권 교체와 상관 없이 전 정부 정책을 계승 발전 조정해나가는 것이 독일정치의 중요한 특색"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동방정책'을 꼽았다.

그는 "브란트 수상이 60년대부터 동유럽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정책 변화를 보였고, 그다음 슈미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승계·발전시켜나갔고 82년에는 완전 정권을 교체한 기민당 콜 총리가 이어받아 추진해가며 통일 기반을 만들고 통일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총리 당시 슈뢰더 총리를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김 전 총리가 슈뢰더에 "정치가에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슈뢰더가 "하나의 정책을 만드는 것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그에 따른 성과거 언제 생기느냐는 상당한 시각차가 있다. 때문에 시차가 생기더라도 정치가가 취해야 할 덕목은 국가이익이 최선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 정치현실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여야 교체가 되거나 여여 교체가 될 때 잘못이 있다면 고쳐잡는 것이 맞지만 그것이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겠다고 독일의 계승 문화를 보며 느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에 의한 중후한 정치도 독일의 정치 특색"이라고 손꼽았다. 김 전 총리는 "독일에는 많은 분들이 주의 총리, 연방 장관 등 엄청난 경력을 가지고 수상이 되지, 어느날 갑자기 된 분들이 없다"면서 "적어도 독일정치에선 신데렐라가 없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정치가들이 역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연설, 중요한 행동을 통해 독일 국민을 하나로 만들고 국민을 교육 시켜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1970년 빌리 브란트 수상이 폴란드를 찾아가 게토 앞에서 찬 겨울에 무릎을 꿇는 장면을 언급하며 "전세계 향해서 메시지를 주기 위해 폴란드보다 유태인을 선택했다. 정치가의 깊은 고뇌와 경륜이 연설도 아닌 30초의 행동에 의해 역사를 바꿨다"고 높게 평가했다.

◈"국회해산제도 왜 없나" 쓴소리…현재 아주 심각한 상황

강의 이후 중앙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제가 정치부장에 그대로 있었다면 김 전 총리의 말씀 전문을 실었을 것"이라고 치켜세우며 "지금 우리 정치가 매우 답답한 형국인데 충고 한마디를 부탁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우리 헌법에 왜 국회해산제도가 없는지 그런 생각을 문득 했다"면서 "국회해산제도가 있어서 국회를 해산시키고 국민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이어 "해산제도 없지만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여야 의원이 총사퇴하고 다시 한 번 심판하는 것이 어떻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라면서 "국민들의 뜻이 적어도 그렇다는 것을 알면 좀 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들의 절망감을 해소하는데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는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권력 분립 문제의 방향성에 대해선 "5년 대통령 단임제는 역사적 수명을 다했다"면서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한다면 국무총리의 권한을 확보해 정부 내에서도 균형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황식 국무총리.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묻는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의 질문에는 "총리 있을 때 선진화법을 통과시키면서 상당히 많은 걱정을 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정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곤란했다"면서 "현실을 이상적으로 맞춰가든지, 그게 불가능하면 이상을 좀 낮춰 현실화하든지 양쪽에서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행동에 비춰봤을 때 대일관계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김 전 총리는 "대일 관계에 화가 난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지혜롭게 원칙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며 "All or Nothing(양자택일)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5선의 정의화 의원은 "황희 정승 이후 최고의 총리라고 평가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날 모임에는 민주당 우윤근 의원,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 정의화·정병국·이주영 의원 등 20명이 참석했다.

김 전 총리가 서울시장의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까닭에 취재진의 열기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강의가 끝난 후 취재진이 우르르 김 전 총리에게 쏠리자 김 전 총리는 새누리당 의원들에 "날 좀 구출해달라"며 기분 좋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저는 공직생활 경험을 살려서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겠지만 그것을 선출직을 통해 할 것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구체적인 대답을 피했다.

하지만 "불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여지를 뒀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2년 5개월 간 총리로 재임한 김 전 총리는 지난 5월 독일 베를린으로 떠나 베를린자유대학에서 6개월간 연수하면서 공부하고 느낀 것을 토대로 강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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