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준별 수능의 혼란이 만만치 않다.

특히 중위권의 경우 A형을 선택해도, B형을 선택해도 불리한 상황이 된데다 입시정보를 얻기도 어려워 사실상 이번 수능의 '희생양'이 됐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중위권 성적인 고교 3학년 양 모(18) 군은 수능을 치르기 전부터 걱정이 컸다.

"쉬운 A형을 택하자니 갈 수 있는 대학에 제한이 있고, B형은 상위권 학생들에게 밀릴 게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양 군의 설명이다.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 학생들끼리, 못하는 학생은 못하는 학생들끼리' 경쟁하라는 취지의 수준별 수능에서 정작 중위권 성적의 학생들은 어느 쪽도 선택하기 난감한 상황이었다는 것.

실제 중위권의 경우 개인의 실력과 무관하게 소속 계열과 대학의 요구사항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의 걱정은 수능 이후 '현실'이 됐다.

B형을 택한 중위권 학생들은 상위권에 눌려 수능 등급 산정 등에서 타격을, A형을 택한 학생들은 성적이 잘 나오더라도 지원 가능한 대학에 발이 묶인 상태다.

B형 응시자들의 경우 어렵게 출제된 시험에 당초 예상보다도 낮은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시 1차 대거 탈락도 우려되고 있다.

중위권 수험생들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가장 어렵다고 호소한다.

수험생 오 모(18) 군은 "최상위권을 가르기 위해 출제한 2~3문제는 어차피 틀린다고 보면 중위권은 오히려 변별력이 없었던 것 같다"며 "내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고 정보도 없어 지원 전략을 짜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진학지도에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도 바로 중위권 학생들이다.

양훈석 충남고 3학년 부장은 "B형을 치른 학생의 점수가 지난해로 치면 어느 위치인지, A형과 비교했을 때는 어느 정도인지 추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중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실력과 별개로 어떤 유형을 선택했느냐만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선택을 제한하고 서열화만 고착화시킨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