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시행된 수준별 수능이 막을 내렸지만 수험생들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수준별 시험으로 나온 국어·수학·영어 3개 영역 A·B형 실제 응시자들의 성적 수준과 분포를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수시모집 1차에 지원해 놓고 수능 점수로 최저학력기준을 맞춰야 하는 수험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수준별 시험에서 몇등급을 받을지 27일 성적 통지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성적 통지일 전인 11∼15일 수시모집 2차 원서접수를 하는 대학도 많아 수험생들은 수시에 지원할지, 성적을 보고 다음 달 19일부터 원서를 받는 정시모집에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수준별 수능은 올해 처음 도입됐지만 내년부터 영어는 폐지된다.
2017학년도부터는 국어와 영어가 공통문제로 출제되고 수학만 인문계 나형, 자연계 가형으로 구분돼 2013학년도 체제로 되돌아간다.
◈ 교사들 "A/B형 응시자 분포 파악 어려워 진학지도 난감" 일선 교사들은 7일 국어·수학·영어 A/B형 선택자의 분포를 파악하기 어려워 진학지도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수학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올 수능에서도 A/B형 모두 쉽지 않아 큰 고려 요소인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올 수능에서는 인문계·자연계 상위권 수험생이 몰린 영어 B형, 인문계·자연계 수험생이 뚜렷한 구분없이 혼재한 국어 A/B형도 그에 못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교협 파견교사인 채용석 배명고 교사는 "영어 B형 응시자는 44만여명으로 지난해 외국어영역을 본 66만여명보다 3분의 1인 22만명 가량이 줄어들면서 1등급 인원도 3분의 1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채 교사는 "영어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영어가 수시 합격을 가르는데 큰 영향을 미치겠다"며 "특히 A/B형 동시 반영하는 대학은 B형 응시생이 가산점으로 A형 응시생을 역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서울 주요 대학은 영어 반영비율이 35∼40%에 달해 상위권 학생 중 영어영역을 잘 본 학생은 소신지원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어 A에는 전체 지원자의 54.6%인 34만8천명이 응시했으나 과학탐구 응시자는 25만명에 그치는 것도 변수다.
채 교사는 "국어 A형 응시자는 대개 자연계 응시자라고 보지만 이 가운데 과탐을 응시하지 않은 9만7천여명은 예체능계 학생이거나, 국어 B에서 A로 이동한 학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어 B형은 30만1천여명이 응시해 사회탐구 선택자 36만8천명보다 6만7천여명 정도가 적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채 교사는 "이를 종합하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데는 국어는 A형이 유리할 수 있고, B형은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가 조금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입시학원들 "등락폭 전망 힘들다" 매년 수능 때마다 수능 당일 전년도 수능과 비교한 영역별 점수 등락폭과 1등급 커트라인 추정치를 공개해온 입시학원들은 "올해는 자신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학원을 제외한 대부분 학원들은 "A형은 9월 모의평가보다 쉽다" "B형은 작년 수능보다 어렵다" 수준의 분석만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응시집단이 양분돼 등급커트라인을 추정할 때 틀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1∼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수 있어 가채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시업체들은 특히 영어 영역에서 등급 커트라인을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국어는 응시집단이 문·이과 학생으로 갈리면서 상대적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해온 반면 영어 영역은 6월 모의평가, 9월 모의평가를 거치면서 A/B형 응시집단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