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해외순방 마무리…국내서 어려운 '창조경제' 해외에선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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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랑스 정상회담 중인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6박 8일의 서유럽 3개국과 유럽연합 방문을 마치고 9일 귀국했다. 이번 서유럽 방문은 취임 이후 다섯번째 순방이자 2013년 마지막 순방이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서유럽 국가들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확인하고 이를 심화.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이 첨단.기초과학이 발달한 선진국이자 문화예술 강국이어서 박근혜정부 4대 국정기조 가운데 창조경제, 문화융성과 딱 맞아 떨어지는 방문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인 간담회(프), 글로벌 CEO 포럼(영). 과학자.기업인 초청 간담회(벨)등에 참석하거나 방문국 정상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호혜적 협력을 역설했다.

이번 방문 기간에 총 30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것은 집권 1년차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박 대통령이 강조한 세일즈 외교의 소중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프랑스 경제인들 앞에서 유창한 불어를 선보이거나, 영국 의원들 앞에서 영어로 연설한 부분도 상대국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의미가 담겨 있고, 마음을 열게 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핵 불용,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구상에 대해 서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보낸 것도 주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 G20 회의 참석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까지 포함하면 박 대통령은 취임 9개월만에 일본을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 정상과의 회담이 마무리 됐다.

12일 한국을 방문하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면 한반도 주면 4개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셈이 된다.

박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이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암도 있다. 국내에서 창조경제가 도대체 뭐냐는 논란이 정권 출범 초기에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그러들었다. 해답을 찾아서가 아니라 못찾아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산업과 문화에 융합하고, 여기에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결합한 상태를 창조경제로 부를 수 있지만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 개념 모호한 '창조경제'가 서유럽 방문의 최대 화두로 등장

사진=청와대 제공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서유럽 방문을 통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창조경제를 열심히 홍보했다.

창조경제는 '국민 개개인이 가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살려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기술과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발전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창조경제가 유난히 강조된 것은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이 기초과학,첨단기술이 발전하고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선진국이기 때문에 우리의 ICT 기술이 접목되면 새로운 경제 영역이 개척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창조경제를 강조하다보니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서 순방기간에 낸 자료를 보면 '창조'라는 단어가 빠지질 않았다.

영국 방문때는 '포괄적, 창조적 파트너십'이라는 생소한 단어도 선보였고, '창조금융'도 명확한 개념없이 박 대통령의 방문성과를 결산하는 자료에 등장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문 때와 비교하면 서유럽 방문에서는 뚜렷하게 내세울 경제적 성과는 없다. 내세울 게 없다보니 추상적인 단어들로 포장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이 것이 오히려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들을 가리는 측면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순방 때 동포간담회 때나 정상 만찬 때 한복을 입고, 이번에도 여러 차례 한복을 입었다.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우리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는 것은 매무 고무적인 현상이다. 동포들을 위로하고 한국 문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복을 입었는지, 어떤 색깔의 옷을 입었는지 등 시각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방문의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

◈ 국내 언론 관심 컸지만 방문국 언론은 거의 보도 안해

방문국 국가의 언어로 연설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영국에서 영어로, 프랑스에서 불어로, 중국에서 중국어로 연설하고 말하면 상대국 국민의 호감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연설 형식에 집중하다보면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 안되고 보여주기로 끝날 수도 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국내에 전달 될 때도 내용이 아닌 겉모습이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방문에서는 1974년 프랑스로 유학왔다가 어머니 육영숙 여사의 저격 소식을 듣고 6개월만에 돌아갔던 박 대통령의 개인사가 지나치게 부각된 측면이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의 서유럽 방문소식은 국내 언론에게는 큰 뉴스였다. 박 대통령이 떠나기 전 프랑스 보수 일간지 '르피가로'와 인터뷰 한 내용이 대서특필 됐고, 영국국빈 방문 때의 성대한 환영식 장면은 주요 신문의 1면을 차지했다.

하지만 프랑스 영국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작가 목수정 씨가 한 신문에 기고에 따르면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찾아온 한국의 국가원수를 맞이하는 프랑스의 태도는 뜨겁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르피가로의 한국주재원이 유럽 방문 직전 했던 것이 전부였고, 극소수의 언론만이 한국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언급했다.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에서 일고 있는 국정원, 군의 선거개입 문제, 아버지의 그림자,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등을 다루기도 했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이 한국을 출발하기 전에 BBC가 박 대통령과 인터뷰를 했지만 이 기사는 BBC 월드로만 방송되고 영국인들을 위해 BBC에서는 방송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 동포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영국 언론은 박 대통령의 방문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은 반면 국내 언론에서는 차고 넘쳐 났다"며 "국내.현지 언론간에 어느 정도 균형은 맞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 지지율 상승...험난한 국내정국 속으로

자료사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박 대통령의 해외방문은 국내 악재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상쇄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박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한복입고, 정상들과 회담하는 모습이 집중 조명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 서유럽 방문도 마찬가지여서 갤럽이 박 대통령의 해외방문 기간이던 11월 4일부터 7일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주보다 지지율이 5%p 늘었고 부정적 평가는 4%p 줄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정국은 심상치 않다. 민주당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고 시민단체들고 특검 매개로 집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오는 18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예산 운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방침이지만 꼬인 정국때문에 민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결정은 해외 순방이 끝날 때가지 기다리지 못할 시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해 서유럽 순방기간에 결정돼 다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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