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회장 ‘정상화된다’며 CP판매 지시
- 법정관리 직전, 회장일가 자금인출
- 경영권 지키려 건전한 계열사도 넘겨
- 사주일가 믿었던 직원들 ‘배신감’■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현민 동양증권 노조 부위원장
회사는 기울어 가는데도 달콤한 말로 동양그룹의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판매한 동양 계열의 금융사들. 그 피해자는 5만 명 가까이 되죠. 금감원은 어제 ‘동양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정식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특이한 것은 동양증권의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주에는 그룹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했고요. 오늘은 동양증권 노조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한답니다. 그 이유를 직접 들어보죠. 동양증권 노동조합 김현민 부위원장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투자 피해자들의 반발은 이해가 되는데, 도대체 직원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는 건가요?
◆ 김현민> 저희 직원들의 반발이라는 부분은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이라든지, 여러 가지 부분에서 ‘현재현 회장이 대국민 사기를 치고 있다. 그래서 본인의 돈을 챙기기 위해서 고객과 직원을 모두 버리고 있다.’
◇ 김현정> 그 사기는 기울어가는 회사의 어음과 회사채를 판매하라고 할 때부터 시작이 됐다고 보시는 거예요?
◆ 김현민> 특히 화력발전소 유치가 발표 되고 나서 ‘자산매각을 통해서 경영 정상화를 진행한다.’ 이렇게 기사화가 됐었습니다. 그 이후에 매각절차도 문제없이 진행된다고 계속해서 천명을 했고요. 그룹에서 현 회장이요. 그래서 저희는 동양직원으로서 현 회장을 믿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요. 언론을 통해서 나왔듯이 국민들도 ‘동양이 이제 화력발전소를 유치하면서 제2의 도약기를 갈 수 있구나.’ 라고... 계속해서 언론에서 나왔거든요.
◇ 김현정> 국민들은 언론 보면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직원들도 모르셨단 말이에요?
◆ 김현민> 그룹 차원에서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구조조정이 잘 되고 있다. 그런데 그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은 거래 상대방과 딜 진행함에 있어서 불리하게, 유불리가 있으니 직원들한테 오픈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계획대로 잘 되어 가고 있다.’ 라는 말은 했었습니다.
동양본사.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김현정> 그래서 오늘 현재현 회장 일가를 사기와 배임 혐의로 고발 하신다고요?
◆ 김현민> 그렇습니다. 현재현 회장의 지시로, 명절 전날 9월 17일까지도 동양시멘트 사채를 발행해서 저희 동양증권에서 판매하게 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그것도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어떻게 추석 때까지 팔 수가 있었는가.
◆ 김현민> 그렇게 해서 지금 법정관리에 들어가 버린 것은 ‘일단 자금을 모으고, 그것을 본인이 유용을 한 다음에, 법정 관리에 들어가서 경영권을 유지하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자기 입맛에 팔겠다.’ 이것은 정말로 대국민 사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사기죄하고 특별범죄가중처벌법으로 저희가 고발을 하는 겁니다.
◇ 김현정> 그 추석 직전까지도 직원들은 잘 모르셨어요?
◆ 김현민> 전혀 몰랐고요. 저희가 그때 들은 것도 ‘9월 30일이든 10월 1일이든 자금은 다 준비가 돼 있어서 잘 넘어갈 수 있다.’ 앞에 있는 고객한테 ‘동양시멘트 같은 경우는 괜찮습니다. 물 한잔 떠다드릴게요.’ 하고 물 뜨러 간 사이에 법정관리 발표가 나왔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물 뜨러 갔다 오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니...
◆ 김현민> 정말 청천벽력 같은 얘기죠.
◇ 김현정> 사실은 얼마 전에 제주도에서 한 여직원이 ‘투자자들을 볼 면목이 없다.’ 안타까움을 호소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는데, 그거 보면서 이해가 되셨겠네요, 그 심경이?
◆ 김현민> 저희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많이 받는데, 직원 분들이 전화를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울기만 하세요. ‘어떻게 현 회장이 이럴 수가 있냐.’ 동양 관련 채권을 사신 고객님들 중에는 장기간 거래하시는 분들이 많고, 또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과 직원들은 가족처럼 이런 얘기도 하고, 서로의 상황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서 그렇게 눈물 흘리며 전화하는 분들도 있고요.
예를 들어 고객님이 ‘남편 암수술 하는데 써야 되는 비용이다. 이거라도 좀 어떻게 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라고 해서 같이 울고. 저희한테 다시 전화해서 방법이 없겠냐고 해서 저도 같이 울고 했는데... 그저 하염없이 같이 우는 것 말고는 해 줄 게 없어서 너무 답답합니다, 저희도.
◇ 김현정> 이런 와중에 역시 동양그룹의 계열사죠. ‘동양시멘트에 대해서는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 달라.’ 이렇게 법원에다가 직원들이 탄원서를 제출하셨네요?
◆ 김현민>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만큼 재무구조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그 안에 ‘동양파워’ 지분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게 얼마 전에 했던 화력발전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수익이 고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값어치가 매우 크고요. 시장에서는 높게는 1조 이상의 가치로 보고 있는데요. 현재현 회장이 가장 악질처럼 한 게,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리가 전혀 없다.’ 얘기해 놓고, 영업일수로 따져서 이틀 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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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왜 사주가 그 튼튼한 회사를 법정관리로 넘겨버립니까? 그렇게 해서 득을 얻는 게 뭔가요?
◆ 김현민> 관례상, 법정관리라는 게 법정관리인 선임이 이전 경영자로 됩니다. 그러면 본인은 경영권을 지키면서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고객들의 자산은 그냥 나몰라라 해버리는 것이고요. 동양파워 지분은 본인에게 유리하게 매각해서 자기 이익을 취득하려고 하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투자자들은 그 채권을 아무도 사지 않을 테니까 그냥 피해보는 것이고, 대신 경영자는 경영권도 지키면서 자신의 재산은 적어도 보호할 수 있게 되니까. 그리고 직원들은 그게 안 된다는 거죠?
◆ 김현민> 지금 만약에 이걸 허가 해 준다면, 법원이 사기치는 것을 동조해 주고 방조해 주고 도와주는 것 밖에 안 된다.
◇ 김현정> 그래서 비대위까지 발족하고, 검찰에 고발도 하고, 적극적으로 직원들이 나선 상태군요. ‘이혜경 부회장이 6억원을 인출해 갔다.’ 이런 얘기도 지금 뜨겁던데,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김현민> 대주주 일가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을 예상하고 바로 직전에 본인 자금을 인출했다는 것은 세상 누가 보더라도 비도덕적인 행동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지난번 저축은행 사태 때와 비슷한 거네요?
◆ 김현민> 네. 이런 분들 밑에서, 이런 일가를 믿고 동양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참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 김현정> 부끄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부 열심히 해가지고 어렵게 증권회사에 들어가신 거잖아요. 그런데 국민 앞에 부끄럽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 처지가 얼마나 가슴 아프고 힘드세요?
◆ 김현민> 저희도 지금 힘들지만... 지금 고객님들께서 가장 힘든 상황일 거고, 그에 못지않게 저희도 중간에서 배신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태인데요. 지금 부탁하고 싶은 건 정치권이 됐든 금융당국이 됐든,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같이 모색을 해서.. 오너 일가한테는 얼마 안 되는 돈일 수 있겠지만, 그 투자한 자산이 전 재산인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은 어떻게든 살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일단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만 막아도 어느 정도는 살릴 수 있는 겁니까?
◆ 김현민> 저희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최소한 2,000억 넘는 돈이 없어질 것을 저희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제 금감원도 수사에 들어갔다고 하니까요. 국민들이 관심 가지고 끝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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