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이물질이 들어간 음료를 마신 임산부가 유산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 전망이다.
업체측은 이물질이 곰팡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유산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양수에 좋다 해서 이온음료 매일 1.5ℓ 마셨는데…임신 8주차 이모(31) 씨는 임신 진단을 받은 뒤부터 이온음료를 매일 1.5ℓ들이 한 통씩 꾸준히 마셔왔다. 양수가 적은 임산부의 경우 이온 음료를 많이 마시면 좋다는 의사의 얘기를 듣고서다.
지난달 26일에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부터 시시때때로 음료를 마셨고, 이날 오후에도 남은 음료수를 먹기 위해 냉장고에서 PET병을 꺼냈다.
3분의 1가량 남은 음료수를 컵에 따르는 순간, 이 씨는 불투명한 하얀 물질이 퍼지는 걸 발견했다.
처음에는 '우유가 남은 컵에 음료를 부었나 보다' 생각한 이 씨는 음료수병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당일 아침에 개봉한 병인데, 휴지를 풀어 쌓아놓은 듯한 이물질이 있었던 것.
이 씨는 알 수 없는 물체가 둥둥 떠있는 음료수가 꺼림칙해 더이상 마시지 않았지만, 그날 저녁부터 구토와 복통에 시달렸다. 밤새 설사도 계속돼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입덧 때문에 구토를 하는지, 애기집이 커지려고 배가 아픈 건지 알 수 없었다"는 이 씨. 하지만 아무래도 증상이 심상치 않아 다음날 제조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곰팡이 발견후 심한 복통…다음날 태아 심장 멎어이 씨는 업체의 대답에 경악했다. "유통 중에 제품 타박으로 공기가 유입되면서 생긴 푸른곰팡이"라며 "더이상 마시지 말고 배가 아프다면 병원을 먼저 가보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
이 씨는 "고르곤졸라 치즈에도 들어있는 푸른곰팡이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괜찮을지 몰라도 임산부들에겐 아주 위험하다"며 "이를 먹으면 유산할 수 있어 임산부들이 특히 조심하는 곰팡이"라고 했다.
업체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병원을 찾은 이 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아이의 심장이 멎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결혼 3년 만에 가진 귀하고 소중한 아이였다.
아이가 아주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었던 터라, 이 씨는 전날 마신 '수상한 음료'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바로 나흘전 병원에 갔을 때만해도 '아이가 굉장히 건강하게 잘 크고 있고 다음주면 팔다리도 보이고 아이가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얼마나 설레고 기대에 차 있었는지 모른다"고 울먹였다.
당시 담당 의사도 "정상적으로 크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느냐"며 깜짝 놀랐다는 게, 이 씨의 얘기다.
◈업체 "곰팡이 맞지만 우연일 뿐…도의적 책임은 다하고 있어"하지만 업체 측은 "곰팡이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유산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산모를 담당한 의사나 다른 산부인과 의사들과도 얘기했지만, 이는 우연의 일치일 뿐 상한 음식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게다가 푸른 곰팡이가 아니라 하얀 곰팡이로 보인다"며 "유통 도중 타박에 의해 생긴 곰팡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음료는 수 차례 열처리를 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는 곰팡이가 생길 수 없고, 유통 도중 외부 충격으로 용기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유입되면서 변질됐을 거라는 설명이다.
업체 측은 문제의 음료에 대해 샘플 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의료변호사를 고용해 연관성 파악에 착수했다.
업체 관계자는 "연관성은 찾기 힘들지만,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병원도 함께 가고 유통 과정도 살펴보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전문가들 '엇갈린 반응'…결론 내긴 힘들 듯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