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상은 "채동욱. 박근혜. 국정원"이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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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채동욱 검찰총장. (자료사진)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아 각지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올 추석 연휴는 닷새로 비교적 길어 가족들간에 정도 그만큼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이나 설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의례 정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데, 이게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흔히 추석 민심, 설 민심으로 불린다. 특히 사안에 따라서는 가족들 사이에 세대간 이견이 극명하게 노출될 수도 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설은 취임 10여일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과 낙마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 '밀봉' 윤창중 대변인이 설 차례상 민심을 장악했다.

대선을 몇 달 앞뒀던 지난해 추석 대화상의 으뜸 메뉴는 단연 누가 대통령이 되냐였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를 추석상 머리에 올려놓고 품평회를 열고 저마다 대통령이 되는 이유, 안되는 이유를 그럴싸하게 전개했다.

그보다 앞선 설 명절때는 총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당이 1당이 되냐, 내 고향 국회의원은 누가 되냐가 화제였다.

올해 추석 대화상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채동욱 검찰총장, 국정원 댓글사건이 많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곧 취임 7개월을 맞는 박 대통령은 최근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아무 성과 없이 끝났지만 16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3자회담은 자신이 정한 원칙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엄격하고 냉철한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국정원 개혁 문제,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 등 정국 핵심 이슈의 키는 모두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추석 연휴 이후 열린 이산가족 상봉 등도 박근혜 대통령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한복외교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의 외교 성적표도 후한 편이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를 장악하고 법치를 강조하는 한편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 등 요직에 육군 장성 출신을 기용하는 등 어딘지 모르게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 냄새도 난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리더십, 꽉 막힌 경색 정국을 풀기 위해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일 등을 주제로 설전아닌 설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못지 않게 이번 추석 대화상을 뜨겁게 달굴 사람은 채동욱 검찰총장이다.

지난 6일 난데 없이 조선일보에 등장한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숨가쁘게 전개된 혼외아들설의 진위 여부,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 청와대 배후설 등이 뭉뚱그려진 채 대화상에 오르게 된다.

특히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지시와 그에 이은 채동욱 총장의 사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를 수리하지 않고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방침을 세우고 총장을 몰아세우는 일련의 과정을 놓고는 정치적 스탠스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며 얼굴을 붉힐 수도 있어 보인다.

채동욱 총장 문제에 대한 국민들이 입장이 얼마나 팽팽하게 갈려 있는지는 최근 실시된 문화일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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