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퇴 파동'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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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기획설', '검찰내 움직임', '유전자 조사여부'

13일 오후 사퇴 발표를 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송은석기자/자료사진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파동이 점입가경이다.

검찰은 한상대 전 총장의 사퇴파동 이른바 '검란' 이후 또다시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했지만 퇴임식도 하지 못하고 있고, 법무부는 진상규명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채동욱 총장은 지난 13일 사의를 표하고 검찰을 떠난 뒤 칩거하며 침묵하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던 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청와대가 '사표수리를 하지 않았다' 며 '총장 개인의 문제'로 선을 그으면서 움직일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사실이냐 여부에 쏠리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사건의 본질은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일련의 과정에 청와대가 얼마큼 깊숙이 개입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래서 CBS노컷뉴스에서는 이번 채동욱 사퇴파동의 10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의혹의 핵심인 '채모군'이 채동욱 총장의 친자인지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지금상황에서는 이 문제가 쉽게 풀릴지는 않을 전망이다. 채동욱 총장이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긴 했지만 채군의 법정대리인인 임00여인이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친자인지 여부는 반드시 가려져야 할 문제다. 대충 적당히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친자인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서는 어떤 문제도 풀리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채동욱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혼외자' 문제를 기획하고 실행한 일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채 총장의 친자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를 확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채동욱 총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난 13일 검찰을 떠난 채동욱 총장은 칩거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지만 이미 검찰에서 떠난 몸이기 때문에 검찰의 수장으로서 행동하기도 그렇고 검찰을 구체적으로 지휘할 수도 없는 처지다.

따라서 채동욱 총장은 법무부의 진상조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어떠한 행동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채 총장과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이재순 변호사는 "채 총장으로서는 침묵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채동욱 총장은 유전자 조사를 받는 것 이외에 내놓을 어떠한 카드도 없다. 법무부가 진상조사를 하고 있지만 검찰총장이 감찰을 받는 전례를 만들지 않겠다고 사퇴한 만큼 법무부의 조사를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이 내놓을 카드가 없다보니 이미 진 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내부에서도 "승부는 이미 끝났다"는 평가들을 하고 있다. 검찰의 중견간부는 "안타깝지만 채 총장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친자여부의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문제다.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 논란은 채군이나 법정대리인인 임00여인이 제기한 것이 아니다.
제3자인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니만큼 입증 책임은 채동욱 총장이나 임 여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에 있다.

조선일보는 채동욱 총장이 최대 피해자이니까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임여인을 설득하라고 주장하지만 채 총장은 자신이 유전자 검사에 응하는 것 외에 임여인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채 총장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유전자 검사를 받아라 말아라고 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임 여인은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서 공문서인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자신만의 아이로 등록했다면서 초등학교 학적부에 아버지 이름을 채동욱으로 기재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은 청와대가 법무부가 진상규명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입증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러나 공인이 아닌 임여인이나 아이에 대한 강제 조사권이 없는 만큼 진상을 제대로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채동욱 총장이 조선일보에 정정 보도를 신청했으니까 법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영장을 발부하는 방법이 있지만 소송이 진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이의 머리카락이나 이런걸 가져와서 검사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법원의 영장 없이 머리카락을 가져와서 유전자 검사를 한다는 건 엄청난 인권침해 논란이 일수도 있다.

◈네 번째 관전 포인트는 채동욱 총장과 청와대 법무부 조선일보 중 누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유전자 검사나 이런걸 통해 채동욱 총장의 친자로 밝혀진다면 채동욱 총장은 국민을 상대로 엄청난 거짓말을 한 결과가 초래된다. 이미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채동욱 총장은 낯을 들고 다니기 어려운 처지가 될 것이다. 청와대가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 논란을 개인문제로 분리 대응하는 이유는 이런 결과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채 총장의 친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청와대와 법무부, 조선일보는 현직 검찰총장을 음모로 쫓아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와 함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뒤따를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중견 법조인은 "채 총장의 친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권퇴진 운동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적당히 끝낼 수가 없는 싸움이기 때문에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만 남았다는 얘기다.

◈다섯 번째 관전 포인트는 '청와대 기획설' 또는 '청와대 음모설', '청와대 배후설'의 실체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홍경식 민정수석. 자료사진

 

청와대는 그동안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홍경식 민정수석과 곽상도 전 민정수석, 이중희 민정비서관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홍경식 민정수석이 조선일보의 '혼외자' 의혹보도 직후 채동욱 총장을 만나 임 여인의 전화번호를 건네면서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고,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검찰에 '채 총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언론에 혼외자 의혹이 보도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사찰자료를 넘겨줬다고 한다"며 "그래서 본격적으로 8월 한 달 동안 채동욱 총장에 대한 사찰을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배후설이나 개입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는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섯 번째 관전 포인트는 채동욱 총장 '찍어내기'를 누가 기획했고 실행에 옮겼느냐 하는 점이다. 앞서 다섯 번째 관전 포인트와 겹치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채동욱 총장의 사퇴를 가져온 결정타는 황교안 법무장관이 실행했다. 사상 유례없는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조사를 대변인을 통해 공표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나 법무부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검찰총장의 진퇴를 임명권자인 대통령 몰래 법무부 장관이 결정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황 장관이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움직였는지가 드러난다면 기획설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홍경식 민정수석이나 김기춘 비서실장이 의혹을 받고 있지만 아직 드러난 것은 없다. 국정원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아직 실체가 드러난 것은 없다.

◈일곱 번째는 수사기관의 영장이나 본인 동의 없이는 알 수 없는 개인정보들이 어떻게 언론사에 흘러갔고 이를 누가 흘렸느냐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채동욱 총장의 혼외아들 문제와 관련해 유전자 조사를 받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 가려져 있지만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시민사회단체에서 '학생부 기록'과 '가족관계 등록부', '출입국 기록' 등의 중요한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로 파악됐고 언론사에 제공됐는지를 밝혀달라는 고발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제는 채동욱 총장의 사퇴와는 별개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하는 문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6일 '채 총장 사태로 짓밟힌 아동인권, 그 침해자를 처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혼외 아들 논란으로 벌어진 아동 인권 침해는 아동복지법이 정한 정신적 학대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누구보다 존중되고 보호받아야할 아동의 인권이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앞에 법률 전문가로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보가 유출되는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책임이 있다며 교육청에 학생생활기록부 유출 감사를 검찰에는 수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수사의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여덟 번째는 법무부의 감찰(진상조사)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청와대는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는 채동욱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법무부는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 논란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한 사실상의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법무부의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한 이유가 "검찰총장이 감찰조사를 받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사표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 총장이 법무부 감찰관의 진상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더구나 임00씨와 아들 채군을 상대로 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감찰관이 공인이 아닌 이들을 상대로 강제조사권도 없고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종용할 방법도 없다.

법무부가 진상조사를 한다며 여론전을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감찰조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추석연휴가 지난 뒤 진상조사가 채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비협조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홉 번째는 검사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채동욱 총장의 사퇴에 반발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던 검사들의 움직임은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진살규명이 우선이라고 발표하면서 집단행동이 주춤해졌다.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사실을 밝히겠다'는 청와대의 입장발표를 반박할 논리나 카드가 없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검사들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법과 절차에 위배된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친자인지 여부를 가리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질 지 여부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와 유전자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열 번째는향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의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채동욱 총장은 사표가 반려되더라도 총장직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후속 검찰총장의 인선 과정이 어떻게 진행 될 지도 지켜볼 문제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채동욱 총장을 임명하고 싶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검찰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된 3명의 후보를 고르다 차선으로 선택한 카드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정현 수석이 "채 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지명한 검찰총장"이라고 밝힌바 있다.

검찰총장추천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될 지, 추천위원회가 채동욱 총장 때처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등등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특히 채동욱 총장의 사퇴파동이 앞으로 검찰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도 관심사다.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기개 있는 검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채동욱 총장이 물러난 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어떤 대접을 받게 될 지도 관심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BBK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들이 승승장구 했다.

이밖에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후속수사와 재판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점도 중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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