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대출금리 최소 4.7%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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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몰린 저소득 월세세입자

 

최근 주택임대시장의 중심축은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은 전세난 해결에만 열을 올린다. 늘어가는 월세 세입자들이 주택정책과 금융 지원의 사각지대로 밀려난 것이다. 전세를 해결하면 월세시장에 해가 뜰까. 확답은 어렵다. 월세 수요층과 전세 수요층이 달라서다.

월세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전세부터 짚고넘어가야겠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전세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비수기인 7~8월에는 통상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진다. 그러나 지금의 전셋값은 거의 폭등 수준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7월 한달 동안에만 0.55%가 올랐고 서울은 0.64%가 올랐다. 하반기에는 물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전세난은 보다 심각해질 전망이다.

전세난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4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폭등하는 전셋값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더 이상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낸다.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 건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도입, 전세자금 지원 강화 등의 정책을 내놨다.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쏟아진다.

하지만 각종 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아직까지 시원치 않다. 물론 대책의 약발이 먹힐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만약 대책이 시장에 반영돼 전셋값이 고요함을 찾게 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전세가격 안정에 따른 월세시장의 변화추이를 궁금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수요자의 선호도 측면에서 볼 때 월세와 전세사이의 연관성이 생각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월세수요 계층과 전세수요 계층은 다르다.


 

현재 공공주택은 임대 위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임대를 아무리 늘려도 전세수요자가 임대주택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SH공사에서 진행하는 시프트의 청약 열기가 매번 하늘을 찌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해본다면, 지금은 공공주택정책도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월세 위주인 공공임대주택의 전세 비중을 늘리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임대주택 또한 유럽처럼 주택 수준을 높이고 다양화해야 한다. 빈곤층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도 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임대주택 정책을 내놓는 것도 정부의 숙제다. 전세를 놓는 집주인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정책이다.

다시 월세 이야기를 해보자. 전세와 월세에 대한 선호도는 갈릴 수 있다 치더라도, 실수요는 상황이 좀 다를 수 있다. 어느 한쪽이 넘치고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결국 넘치는 쪽이 부족한 쪽을 메우기 마련이라서다.지금이 바로 그렇다. 최근 집주인들은 전세보다 월세 놓기를 선호한다. 주택임대사업 규제완화와 저금리 등의 영향 때문이다. 또한 시중 자금이 임대시장으로 몰리면서 월세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월세 거래량도 증가추세다.

◈늘어나는 월세 물량

국토교통부에서 8월 21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의 전월세주택 거래량은 83만6000여건이다. 이중 월세 거래량은 총 32만5000여건으로 전체의 38.9%를 차지했다. 이는 국토부가 월세 거래량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월세 물량이 많아지면서 월세전환율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전환율이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얻는 수익을 연 이자율로 따진 것이다. 월세전환율이 하락했다는 건 수익률도 떨어졌다는 의미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서울지역 월세전환율은 2010년 10월 6.7%에서 올 1월 6.33%로 0.3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의 월세 전환율은 2011년 3월 7.13%로 최고치를 나타냈으나 이후 2011년 5월 6.85%, 2011년 10월 6.71%, 2012년 5월 6.67%, 2012년 9월 6.46%로 꾸준히 하락하다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앞으로의 부동산 투자 패턴은 시세차익보다는 임대수익형으로 바뀔 것이다. 전세물량은 앞으로 계속 부족할 것이고 월세물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월세비율은 전세비율과 차이가 거의 없을 만큼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에서 순수 전세로 사는 비율은 21.7%, 월세로 사는 가구의 비율은 21.6%로 나타났다. 전세금을 줄이고 일부를 월세로 전환한 반전세도 늘고 있다.

전세안정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월세가구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도 중요하다. 전세 위주의 지원제도를 '월세 시대'에 맞춰 정비할 필요도 있다. 월세 가구의 60%는 월소득 205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이다. 이들은 전체 소득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월세는 전세보다 월 주거부담액이 크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대출받아 전셋집을 구했다면 매달 33만 원 정도를 이자로 내면 된다. 그러나 비슷한 집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매달 내야 할 임대료는 (보증금에 따라 달라질 순 있지만) 50만원 정도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전세난 해결에만 골몰하며 월세 가구를 등한시하는 정부와 금융권의 모습은 여전하다. 올 2월 금융감독원은 "저소득 월세 세입자도 은행에서 싼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월세대출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월세가구 지원대책 시급

 

정부방침에 따라 올 3월과 4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월세자금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리은행이 5명에게 4700만원을, 신한은행이 5명에게 5400만원을 대출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미 보증금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한도가 제한되고, 신용등급이 낮은(9~10등급) 경우에는 신청조차 할 수 없어서다.


 

지금도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세 금융상품에만 집중하고 있다. 금리도 주택 구입자금 대출은 최저 2.1%, 전세자금은 4% 정도다. 반면 월세 대출은 가장 저렴한 은행 금리도 4.7% 수준이다. 월세가구에 대한 지원책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월세가구는 정부지원과 금융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선진국처럼 월세세입자의 주거비를 직접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월세가구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것은 과중한 전세수요 욕구를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전세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월세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ygy@real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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