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진단의 큰 별 졌다"…'통곡' 가득한 '서소문 참사'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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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 구조물 안전 분야 독보적 전문가였던 이채규 박사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갔는데"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 행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고(故) 이채규 박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 김지은 기자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고(故) 이채규 박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 김지은 기자 
"같이 점검 다니며 기술, 사회, 인문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 나누었던 시간들…잊지 않겠습니다"

27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참사로 숨진 고(故) 이채규 박사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슬퍼하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인과 함께 일하며 가까운 사이였다는 한국건설안전기술원 수석연구원 김병일(54)씨는 조의를 표하며 봉투에 이렇게 적었다.

토목공학과 구조물 안전의 권위자로 꼽혔던 그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안전진단을 하던 중 발생한 붕괴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유족과 조문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았고, 혼자 뒤를 돌아 휴지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조문객들은 한 분야의 독보적 전문가였던 고인의 이른 죽음에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았다. 김병일씨는 "전날 소식을 듣고 정말 눈물이 났다. 해외에 갔다가 들어와서 소식을 접했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안전 진단의 큰 어른이고 1995년 시설물 안전 특별법 등 많은 업적을 이뤘는데 큰 별이 져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전 함께 일한 사이였다는 60대 하모씨도 "구조물 안전 분야에서는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경험도 제일 많고 중요한 일에 항상 도움을 줬는데, 그런 분이 이렇게 돼서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로도 있던 고인은 1995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 제정 당시부터 정밀안전진단업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기도 하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할 당시 고인과 함께 일했다는 60대 중반 김모씨는 "고인은 구조물 안전 진단 분야에서 독보적인 사람이다. 서울시 건축, 토목, 시설물 유지·관리하는 사람 중에는 고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서울시 관련 일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많이 도움을 줬다. 고인이 젊었을 때부터 계속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다리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종민 기자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다리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종민 기자
고인을 아는 이들은 그가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전날 사고 당시에도 다른 일정을 미루고 안전진단에 참여한 것이라고 한다. 김씨는 "전날 새벽에 (침하 현상이) 벌어졌고 아침에 고인에게 연락이 갔을 텐데, 원래 그날 일정이 있었는데도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나갔다. 급하게 일정을 소화하면서 안전진단에 참여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병일씨도 "하나를 물어보면 두세 개씩 더 가르쳐 주던 열정적인 분이었다"며 "전날도 다른 약속이 있었는데 시에서 이런 큰일이 있다고 하니 바로 가셨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쯤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서울성모병원 빈소를 찾았다. 2분가량 짧게 조문을 마친 오 후보는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빠져나갔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도 오후 5시 50분쯤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전날 오후 2시 30분쯤 발생한 붕괴 사고로 이채규 박사를 포함에 총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다른 사망자의 빈소는 국립중앙의료원과 분당차병원에 마련됐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는 현장관리소장 고(故) 이모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고인의 매형 박준행(62)씨는 "오늘이 (고인) 생일이다. 이번 작업을 끝내고 정년 퇴직하려 했다"며 안타까움에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고인을 "어렸을 때부터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한다는 박씨는 "일주일 전에 통화하고 보자고 하니까 현장 정리를 좀 해놓고 만나자고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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