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미터를 넘겨라"…담배권 따내려 '꼼수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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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규정' 모면하려 멀쩡한 문 바꿔달고 '면적 부풀리기'도

서울의 세븐일레븐 한 지점 매장 구석에 사무실과 창고를 겸하는 공간이 간이 가림막으로 엉성하게 가려져 있다.

 

편의점 매출의 핵심인 담배를 판매하기 위한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부간 경쟁은 말 그대로 '복마전'(伏魔殿)이다.

장애인 차명 사용, 경쟁자 매수 등의 불법 말고도 담배사업법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의 맹점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꼼수와 편법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왜 간이 가림막이?

서울의 한 세븐일레븐 지점 매장 구석에는 다른 지점에서 볼 수 없는 플라스틱 간이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

가로 4m가량의 이 가림막은 1/3쯤 열려 있었으며, 8㎡ 넓이의 내부 공간에는 맥주 등 상품과 매장 운영에 필요한 비품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사실상 사무실과 창고를 겸하는 공간이다.

일반적인 편의점의 경우 창고와 사무실은 문을 설치해 매장과 독립적인 공간으로 조성하지만, 이 지점만은 문을 없애고 유독 가림막으로 엉성하게 분리해놨다.

왜 그랬을까. 이 가림막은 담배 판매권을 획득하기 위해 매장 면적을 조금이라도 넓히려는 처절한 '꼼수'였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은 담배 판매권을 가진 점포간 거리를 50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지자체장이 정한 규칙에 따라 거리를 제한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를 '구내소매인'이라 한다.

대부분의 지자체 자치법규는 매장 면적이 100㎡ 이상인 경우 50m 제한 규정에 저촉되더라도 '구내소매인'으로 담배 판매권을 내주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100㎡ 면적 기준은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넓이는 건축물 내벽 기준으로 측정하며, 점포 안 기둥이나 창고, 화장실이나 휴게실 등 실제 상품 판매에 제공되지 않는 공간은 제외된다.

결국 이 편의점은 판매에 제공되지 않는 공간인 창고와 사무실을 매장 공간으로 보이기 위해 간이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다.

편의점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시공을 맡는다.

이 편의점에서 일했던 A 씨는 "100㎡ 면적 기준이 모자라 간이 가림막을 설치한 뒤 심사를 받아 구내소매인 권리를 따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측은 "인허가를 받은 면적은 100㎡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가림막은 개점 당시인 2002년 다른 프랜차이즈도 일반적으로 설치했던 인테리어"라고 해명했다.

◈ 담배 팔려고 울타리 치고 출입문 옮기고

이런 '부풀리기 꼼수'는 비단 면적뿐 아니라 거리에도 적용된다.

CU(옛 훼미리마트) 편의점 창업을 준비하던 B 씨는 담배 판매권을 무리 없이 따내면서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개점 직전, 50m 조금 못 미치는 상가에 GS25 편의점이 입점할 예정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리면서 다급해졌다.

프랜차이즈 본부 측은 "50m 제한 규정이 있어 절대 담배 판매권을 딸 수 없으니 매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B 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GS25는 상상할 수도 없던 꼼수를 사용했다. 두 매장 사이의 거리는 도보로 측정하는데, 원래 있던 매장의 출입문에 울타리를 치고 옆으로 출입문을 옮겨 50m 제한 규정을 통과한 것.

GS25 지점은 CU 본부 측의 설명과는 달리 담배 판매권을 따내 개점했으며, B 씨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어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측의 말만 믿다가 치명적 피해를 입는 건, 결국 처음 편의점을 시작하는 가맹점주들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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