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담배권 못 따면 무효"…편의점 '불공정 계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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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세븐일레븐, '리스크 떠넘기기' 특약사항 넣어

(사진1) GS25가 한 건물주와 맺은 부동산임대차계약서 일부

 

편의점 프랜차이즈 GS25와 세븐일레븐이 '담배 판매권'과 관련, 건물주나 가맹점주와 계약을 맺을 때 책임을 떠넘기는 '특약사항'을 넣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잖아도 사활이 걸린 담배 판매권을 확보하기 위해 을(乙)인 가맹점주에게 탈법과 불법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계약마저 불평등한 '갑(甲)의 횡포'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GS25, 세븐일레븐, 건물주 등에 '리스크 떠넘기기' 계약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GS25와 세븐일레븐의 계약서에는 석연치 않은 공통 조항이 발견된다.

GS25가 한 건물주와 맺은 부동산임대차계약서(사진1) 맨 마지막 부분에는 특약사항으로 '담배소매인 지정 신규 취득 불가시 본 계약은 무효로 하고 계약금은 즉시 반환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위탁점주에게 점포를 내주기 전에 작성된 이 계약서는 만약 담배 판매권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계약 자체가 파기되는 위험 부담을 제3자인 건물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담배 판매권을 획득하면 이득은 GS25 측이 가져가지만, 획득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를 엉뚱한 건물주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개점 과정에서 경쟁자에게 담배 판매권을 빼앗길 경우 건물주는 계약금 반환은 물론, 공실로 인한 금전적 손해까지 입게 될 수밖에 없다.

(사진2) 대구의 한 편의점 개점 과정에서 세븐일레븐 직원이 작성한 부동산임대차계약서와 권리양도계약서 일부

 



이런 조항은 또 다른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세븐일레븐 측이 작성한 계약서에서도 발견된다.

대구의 한 편의점 개점 과정에서 작성된 부동산임대차계약서와 권리양도계약서(사진2)에는 모두 특약사항으로 '담배권 미취득시 본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각각 건물주와 가맹점주, 전 입주자인 양도인과 양수인(가맹점주) 사이에서 작성된 이 계약서는 세븐일레븐 직원의 손으로 작성됐다는 게 가맹점주의 증언이다.

이때 담배 판매권이 틀어질 경우 건물주도 손해를 입지만, 가장 큰 손해를 입는 건 전 입주자다.

계약금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 장사를 접으려고 비품을 다 치운 상황에서 계약이 무효로 돌아가게 되면 원상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업주는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제안을 받고 점포를 넘기기로 계약을 했지만 담배 판매권이 걸림돌이 돼 낭패를 볼 뻔했다.

◈ GS25 "불공평하면 계약 안 하면 그만", 세븐일레븐 "가맹점주 위한 조항"

이런 관행에 대해 세븐일레븐 측은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조항이라고 해명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모든 계약에서 이런 특약사항을 넣는 건 아니다"라며 "주로 점포를 양도·양수하는 상황에서 추가 약정서를 작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담배 판매권이 없으면 점포를 개설한다 하더라도 적자가 불가피해 가맹점주가 손해를 보게 된다"며 "그럴 경우 해당 특약사항을 통해 가맹점주의 보증금 등 투자금액을 보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 측도 "계약서가 불공정하다고 건물주가 느끼면 계약을 하지 않으면 된다"며 "특약사항이 담긴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는 것은 동의를 한다는 의미"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반발하는 계약 당사자 탈법·불법적 기법으로 설득하기도

하지만 반발하는 계약 당사자에 대해선 온갖 탈법·불법적인 기법을 소개하며 설득해 특약사항을 관철하는 게 현실이다.

CBS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의 한 지역장은 점포를 넘기는 가맹점주가 "경쟁자가 많아 담배 판매권 재취득 가능성이 낮다"며 이 특약사항을 거부하려 하자, 반드시 담배 판매권을 딸 수 있는 수법들을 언급하며 설득했다.

이 지역장은 "편의점 양도양수에는 담배 판매권 특약이 기본적으로 들어간다"며 "실제로 계약을 무효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매장을 넘기는 점주가 경합이 생기지 않도록 비밀 유지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항일 뿐"이라며 입장을 관철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경쟁자나 담당공무원을 매수하겠다는 기법까지 소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 판매권 당사자가 아닌 건물주나 전 입주자가 어떻게 담배권을 보장할 수 있겠나"고 반문하면서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이자 갑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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