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이 국가경쟁력?…당신의 학벌을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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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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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서울시가 앞으로 산하기관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표준이력서>를 사용할 거라는 소식이다. 표준이력서에는 출신대학을 기록하는 난이 없다. 출신대학은 직무와 관련 없는 항목이라는 취지이다.

학벌과 학벌중시 풍토는 국가경쟁력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생각해 보자. 국가 경쟁력은 국민 각자가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커진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1) 아이들이 무엇이 자기만의 장점이고 특별한 자질인지 찾아주지 않는다. 2) 찾아도 마음껏 갈고 닦는 것을 가로 막는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 학벌이 국가경쟁력이라고?

인간의 잠재된 능력과 자질을 발견해 내려면 교육 자체가 다양하고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획일적인 암기 교육이고 암기 테스트였다. 그런 식의 교육은 안 된다고 바꾸기는 했지만 결과는 ''내신성적 올리기 위해 뭐든 잘해야 한다''로 나타났다.

한자, 영어, 태권도, 미술, 음악학원, 웅변학원, 논술학원을 죄다 다녀야 한다. 아이에게 모든 재능을 짜내라고 요구하는 괴물 같은 교육체제이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면 그 방면의 재능이 짜내지고 장차 스펙이 될 거라 착각하고 있다. 학교를 평가하는 방식 역시 이런 교육현장을 그대로 반영한 흉물스런 방식이다.

우리 학교교육의 궁극의 목표는 명문대학 입학이고 그러기 위해 특목고.특목중을 가려는 체제이다. 그리고 그것을 도와줄 일류학원을 찾는 시스템이다. 어떤 초등학생이 3주간의 즐겁고 보람찬 해외 영어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는 데 인천공항으로 엄마가 마중을 나갔다. 아이의 첫마디는, "엄마 학원시간인데 여기서 바로 가야해?"

재능이란 배우는 학생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어야 발출되는 것이지 억지로 하는 공부에서 재능이 활짝 꽃 필 리 없다. 모든 아이들이 암기식 교육이라는 하나의 종목을 놓고 똑 같은 방식으로 훈련을 받아 획일적인 방식의 시험을 치러 성적순으로 줄을 선 뒤 대학에 가 공부를 한다.

그렇다면 대학은 어떨까? 죄다 대학에 들어가니 대학이라고 해서 전문적이고 특별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기 재능이 뭔지 중고교 때 발견 못했으니 학과가 적성에 제대로 맞지도 않는다. 다행히 적성에 맞춰 학과를 선택했어도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공부 방법을 배운 적 없으니 공부 할 줄을 모른다. 더구나 남학생은 군복무도 마쳐야 한다.

3,4 학년은 취업준비에 매달려야 한다. 요즘 대학은 취업준비, 편입 준비, 일류대학 입학을 위한 수능 재도전, 셋 중 하나로 바쁘다. 우리나라 교육에는 연구와 질문이 없다. 수능시험에는 복잡하고 엉뚱한 질문이 필요 없으니까 외우고 계산하면 되는 교육이다.

요즘 수능이 암기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암기식 교육의 폐해이다. 지금의 수준으로 그런 평가를 하기란 어불성설이다. 심지어 대학 교육도 그러하다. 자기가 자기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창의력의 원천인데 교육과정에 그것이 없다.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가 이런 지적을 했다. "한국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는 나와도 훌륭한 수학자는 나오지 못한다. 문제풀이는 집중훈련으로 가능하지만 위대한 수학자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 매달리며 오랜 세월 수학에 헌신한 사람만이 이뤄내는 것이다."

ㄴㄴ

 

◇ 교육개혁, 학벌 풍토에서 시작하자

이런 의견도 나온다. ''독일식으로 해보자. 대학에 들어가면 여러 대학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듣고 싶은 강의를 듣고 학점을 교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업과 공기업에서 출신대학을 따지고, 관공서는 학벌로 줄을 서는 파벌과 편파문화가 일반적이라면 학점교류는 큰 소용이 없다.

하위 대학에서 상위대학으로만 몰려가 강의를 들으려 하지 누가 상위대학에서 하위대학으로 가 학점을 따려 하겠는가. 이런 교육 시스템에서는 잠재된 저마다의 소질을 극대화시켜 국가의 경쟁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학벌에 의한 파벌은 학연에 의해 가까운 사람들끼리 담합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권력과 부를 손쉽게 더 많이 차지지려는 집단적 욕망이다. 한국의 일류 명문대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지 살펴보자. 가르치고 배우는 학문적 수준이 결정적 요인이 아니다. 장관·차관, 검사.판사, 대기업 임원을 얼마나 배출해 냈는가가 중요한 평판이고 이것에 따라 지망자가 몰린다.

공직 인사에서 지역 간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지역안배를 하듯 공기업 채용부터 특정대학 쏠림을 스스로 규제해야 한다. 출신대학을 따지지 않고 실력을 평가해 뽑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그 다음은 지역별 할당제를 둬 각 지역의 인재를 골고루 뽑는 것도 필요하다.

강도와 시기는 물론 상황에 따라 조절할 일이다.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는 지역의 알찬 대학들을 더 지원해 키워야 한다. 이렇게 명문대학의 사회권력 독점을 줄여나가야 한다. 언론 스스로도 이런 문화를 전파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의 책임은 없는 걸까? 대학당국은 제쳐두고 학생들의 문제를 따져보자. 왜 학벌타파를 앞세우는 학생운동은 없는가? 왜곡된 교육체제와 교육현장에서 가장 고통당한 당사자들인데 학벌타파라는 중대한 문제에 침묵하는 이유가 뭘까? 또한 대졸·고졸 학력차별을 철폐하자는 운동도 없다.

학생운동의 중심은 서울의 소위 일류대학들이다. 그렇다면 기득권 집착, 그것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대학생 스스로 당당하게 이력서 란에 학력을 적지 말자고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운동을 펼치는 것을 보고 싶다. 그렇지 못했기에 때로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학생운동이라 비난 받기도 하는 것이다.

파라척결(爬羅剔抉)이라는 옛말은 ''손톱으로 후벼 파내듯이 남의 비밀이나 약점을 들추어낸다''는 의미로 인사청문회나 고위공직자 검증에 쓰일 법한 말이다.

그러나 달리 ''천하를 샅샅이 뒤져 숨은 인재를 널리 찾는다''는 뜻으로 쓴다. 인재를 대학졸업장과 출신대학의 이름으로 뽑고 기른다면 그 나라는 어찌 될까? 숱한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놓치고 결국 무너지며 천하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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