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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기 싫어 ''폭력 자자극''..다문화가정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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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적 다문화 사회를 위한 길은?

결혼하는 10쌍중 1쌍은 국제결혼이다. 그만큼 다문화 가정이 급속히 늘고 있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이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

얼마 전 한국인 아버지와 러이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10대 소년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방화사건을 일으킨 사건이 그 단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통합적 다문화사회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따돌림 때문에 학교가기 싫다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이야기와 이들은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필요로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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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어 ''폭력 자작극'' 벌이는 아이들

미주는 한국인 아버지와 아프리카 가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피부는 검고 머리는 곱슬이다.

한 달여 전 미주는 지역아동센터 교사에게 상급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선배들이 술과 담배를 강요하고 심지어 팔목을 칼로 긋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정말 미주의 손목에는 네 번의 칼 자국이 나있었다.

하지만, 이 끔직한 이야기는 학교에 가기 싫은 미주가 꾸며낸 거짓말이었다.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흑인 가수지망생 캐릭터 ''마이콜''로 놀림 받던 미주는 학교 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지구촌 지역아동센터 손하영 교사는 미주의 이야기를 듣고 ''오죽 학교 가시 싫었으면 그랬을까..''싶어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미주는 친구들이 자신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것 자체가 싫었나봐요. 그것이 놀리는 것이든 심지어 칭찬이라도 부담스러웠다고 하더라구요. 예를 들어 ''너는 머리가 곱슬이니 퍼머 안해도 되겠어'' 라든가 남자아이들의 경우 ''마이콜''이라고 직접적으로 놀리는 모든 것이 미주에게는 견디기 힘은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중학교 1학년인 미주는 일주일 전부터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혼자 문제집을 풀면서 지구촌 지역아동센터의 교사들과 지내고 있다. 미주는 "친구들의 시선과 놀림이 싫어서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주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다. 물론 우리말도 완벽하다. 하지만 친구들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주를 따돌렸다.

학기 초에 실시했다는 다문화교육도 소용이 없었다.

"학기 초에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받았어요. 스크린에 저와 비슷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래서 저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일는 없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죠."

이는 단지 미주만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방화사건을 일으킨 10대 학생도 학교를 자퇴했고, 그의 동생 역시 ''파란 눈''이라 놀리는 학생을 때려 구속됐었다.

지구촌국제학교.."모두가 함께 친하게 지내서 좋아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교 부적응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13개 국가의 자녀들이 모여 공부하는 지구촌국제학교(이사장 김해성)를 찾아가봤다. 완전한 방법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우리사회의 교육환경이 다문화가정 자녀와 공존할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다문화학교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관심은 필요해 보인다.

서울 오류동에 위치한 지구촌학교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현재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62명이 공부하고 있다. 수업료는 전액 무료이고, 교육부의 인가도 받았다.

이곳 아이들은 다양한 예체능 활동과 조금은 낯선 엄마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시간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놀리거나 따돌리는 아이들 없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실, 이 학교에 오기 전 아이들은 서툰 한국어와 다른 피부색 때문에 ''왕따'' 취급을 당해야했다.

모로코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유민(지구촌학교 3년)양은 "먼저 다니던 학교에서는 자신을 끼워주지 않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모두가 함께 지내서 좋다"고 말했다.

사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분리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탈락하는 아이들은 막고 봐야한다는 것이 지구촌학교의 설립 취지였다.

지구촌학교 이사장 김해성 목사는 ''''최소한 상처받지 않고 이 아이들이 어느정도 자랄 때까지 분리 독립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가 어릴적 아버지를 도와 병아리 부화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병아리들의 못된 습성이 꽁지에 염증이 있는 녀석을 여럿이 쪼아 죽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픈 병아리는 따로 분리해 치료하고 보살핀 뒤 건강해지면 합쳤죠. 그러면 어떤 병아리가 아픈 병아리였는지 모를 정도로 잘 어울려 지냅니다."

2010년 기준으로 다문화가정 자녀의 숫자는 15만여명. 문제는 맘 편히 다닐 학교가 이들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인가한 다문화학교는 지구촌학교를 비롯해 고등학교 과정인 서울다솜학교와 충북의 폴리텍다솜학교 3곳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 바꾸기

다문화가정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이땅에서 살아온 이들의 편견을 바꾸는 노력이 선행돼야한다. ''다문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어울려 살아가려 노력하는 한 고등학교의 이야기에서 배울점을 생각해본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대안학교 ''다문화국제학교''(이사장 신상록). 이곳에는 외국에서 태어나 살다온 이른바 ''''중도입국''''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말이 서툰 학생들이 많아 제도권 학교에 적응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언젠가는 한국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녀야할 학생들이다.

이들의 학업을 도와주기 위해 인근 고등학교 선배 20여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다문화국제학교를 방문한다. 이들은 경기도 포천 동남고등학교 다문화 인식 개선 동아리 ''어울림'' 소속 학생들이다.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친구가 되고, 다문화가정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편견도 사라지게 된다.

동아리 ''어울림''의 천진주(포천 동남고 2년)양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불쌍한 아이들..이라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어울림 활동을 하면서 서구 선진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온 이들을 구분지어 생각했던 모습도 반성하게 됐다고 한다.

연극 통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본 차별'' 이야기

한편, 어린이들이 다문화가정 친구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아동극도 상연중이다.

아동극 ''엄마가 모르는 친구''(~6월10일, 부평아트센터)는 단짝 친구가 다문화가정 출신임을 알게 되면서 겪는 갈등을 통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차별''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학생들 사이의 만남과 연극을 통한 인식 개선은 주입식 다문화 교육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해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한 관계로의 성장을 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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