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새해를 맞아 중국과 일본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오찬에 초청해 국내 현안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한동훈 제명 사태로 인한 내홍에 휘말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통일교 게이트 특별검사(특검) 등 요구를 이유로 불참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李대통령 "외교안보, 지자체 통합에 힘 모아달라"
이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상춘재로 여야 지도부 9인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이날 오찬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연초 중·일 순방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이 정말로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야당도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에 나섰다.
아울러 현재 추진이 진행되고 있는 대전·충남, 광주·전남을 비롯한 광역지자체 통합과 국민 통합에도 함께 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여야 지도부는 이 대통령에게 각자의 관심 현안에 대해 신경써 줄 것을 요구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검찰 개혁의 마무리를, 진보당 김재연 대표는 지방선거 전 선거제도 개편을, 천 원내대표는 2차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기본사회위원회의 빠른 출범을,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사회 불평등 해소를 각각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머리 맞댈 국민의힘은 불참…장동혁, 오찬 전날 단식 개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통일교 및 공천뇌물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다만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당부가 효과를 거두려면 원내 제2당이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의 소통이 필요한데, 정작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측은 당초 청와대의 초청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초청대상 7개 정당 중 유일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던 중 장 대표는 오찬 하루 전인 15일 돌연 여당이 통일교 게이트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면서 이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2차 종합특검에 반대한 것에는 같지만, 이 법안의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국회 본회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서 17시간이나 토론을 이어갔음에도 오찬에 참석한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와는 상반된 행보다.
결국 이날 오찬은 핵심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야 할 야당 지도부 없이 마무리됐다.
"독대" 요구한 국민의힘…靑 "검토 안 해"·정청래 "뇌구조 이해불가"
대신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택한 것은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독대 요구였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오찬 전 별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일교 게이트 특검 수용 △3대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민주당 인사 범죄비리 엄정수사 지시 △10·15 부동산대책 전면 철회 △환율·물가·노란봉투법·정보통신망법 논의할 여야정 연석회의 개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법왜곡죄 신설·대법관 증원·4심제 도입 등 추진 중단을 이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가한 오찬 쇼를 할 때가 아니다. 제1야당 대표의 단식농성 현장에 찾아와서 손을 잡고 야당이 절박하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청해야 할 때"라며 "특히 국정기조 전환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관련 질문에 대해 청와대 이규연 홍보수석비서관은 영수회담과 관련해 "지금까지 저희한테 직접 전달된 것이 없다"며 "아직은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측은 당분간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직접 소통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이 당부한 광역지자체 통합을 비롯해 야당 지도부가 제기한 선거제도 개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방선거 전에 다시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특별히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오늘 청와대 오찬에는 응하지 않더니, 오늘 바로 청와대에 불러달라고?"라며 "당신들의 뇌구조는 정말 '이해불가'다. 청개구리 투정도 정도껏 하시라. 참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