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우리나라 연간 누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7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와 미 관세 압박 등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도 수출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한국 경제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9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은 "이날 오후 1시 3분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결과, 연간 누계 수출액이 7천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6천억 달러 달성 이후 7년 만의 성과다.
특히 6천억 달러 달성 당시에는 일곱 번째였던 우리나라는 7천억 달러 고지를 여섯 번째로 넘어서며, 주요 수출국과 비교해 수출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이번 기록이 미 관세 부과, 보호무역 확산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내수 부진 상황에서도 수출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며 경제의 든든한 축 역할을 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도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경제 안정성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28일까지 에너지 수입은 1174억달러에 달했지만, 무역수지는 73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수출 흐름을 보면 상반기까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장 신뢰가 회복되고 대미 관세 협상 타결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6월부터는 6개월 연속으로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특히 9월 수출액은 659억달러로 월 기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자동차, 선박, 바이오 등 주력 제조업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1~11월 누적 기준 1526억달러로 전년 대비 19.8% 증가해 이미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넘어섰다. AI 서버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수출도 미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시장 다변화와 친환경차 대응을 통해 660억달러를 기록했다. 선박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이 늘며 8년 만에 300억달러를 넘겼고, 바이오헬스 분야도 바이오시밀러 품목 확대와 위탁생산 증가로 호조를 이어갔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K-푸드와 K-뷰티, 전기기기 등 소비재와 유망 품목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며 수출 품목이 다변화됐다. 수출 지역 역시 중국과 미국 비중은 줄고 아세안, EU, 중남미 비중이 확대되는 등 구조적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 수출도 9월까지 수출액과 수출 기업 수가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수출 저변이 한층 넓어졌다.
수출 약진과 함께 외국인직접투자(FDI)도 크게 늘었다. 상반기에는 실적이 부진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외 신뢰 회복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투자 유치 활동,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정책과 연계된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해 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은 350억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공장과 사업장을 새로 설립하는 그린필드 투자가 대폭 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정부는 내년에도 수출과 외국인투자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제조 혁신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수출 시장·품목 다변화, 무역 구조 혁신, 지방 중심의 외국인투자 인센티브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년 연속 수출 7천억달러와 외국인투자 350억달러 이상 달성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