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내란특검, 순직해병 특검에 이어 김건희 특검도 마무리를 앞둔 가운데, 여당이 3대 특검 수사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2차 종합특검법안'을 추진하면서 수사 범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특검에서 여러 의혹을 규명하고 주요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긴 만큼, 자칫 '재탕'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법안에는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사안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뇌물 수수 의혹', '김건희씨 수사 개입 의혹', '관저이전 및 양평고속도로 의혹 윗선 수사' 등 추가로 들여다봐야 할 부분도 있다. 결국 공권력과 세금 낭비 지적을 피하기 위해선 법안 통과까지 수사 범위와 특검 필요성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차 종합특검법안 수사 대상 14개…내란특검은 상당수 규명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2차 종합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은 총 14가지다. 3대 특검이 수사한 사건 중에서 미진한 부분들을 종합했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특검별로 살펴보면 내란특검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 사건 △내란·외환 사건과 관련해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가 동조하거나 종사한 사건 △'노상원 수첩' 기재 내용을 실행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사건 등이 포함됐다.
김건희 특검 사건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20대 대선 전후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 사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전성배씨가 제8회 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22대 총선에서 선거 개입을 했다는 사건 △김건희씨가 관저 이전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건 △김건희씨와 일가가 양평고속도로 노선 등에 개입했다는 사건 △김건희씨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통해 수사에 개입한 사건 △김건희씨가 비화폰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사건 등이 담겼다.
해병특검 사건은 김건희 특검 사건과 엮어 법안에 포함됐다. 김건희씨가 명태균·전성배·이종호·김정환 등 민간인을 매개로 임성근·조병노 등에 대한 구명 로비 등을 했다는 사건이다.
아울러 △앞서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 등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사건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및 특검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 등이 수사 대상이다.
법조계에선 2차 종합특검법에 담긴 내란특검 사건의 경우 이미 대부분 마무리됐다고 본다.
먼저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외환 사건에 대해 특검은 수사 기간인 180일 동안 관련자 27명을 기소했다.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은 3차례 기소했다. 아울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정진석 전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국가기관이나 지자체가 동조한 사건의 경우 일부 지자체장들이 청사 폐쇄 등 계엄에 협조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인데, 특검은 근거가 없다고 보고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외환 의혹과 관련해선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했다. 특검팀은 "계엄 여건 조성을 위해서 비정상적 군사작전을 수행한 것과 관련해선 다 조사가 됐다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노상원 수첩'은 계엄의 동기와 목적 등을 확인하는 단서가 됐지만, 내란 혐의 입증엔 추가 수사가 필요해 종결 짓지 못하고 경찰에 이첩된 상태다. 2차 종합특검에서 추가 수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주요 인물들이 입을 열지 않아 진술을 확보하는게 관건이다.
이 밖에 특검이 기소되지 않은 사안 가운데 윤석열 정부 인사들과 당시 여당이 비상계엄 이후 '당정대 회의'에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는 사건은 2차 종합특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건희 특검도 줄줄이 기소…'뇌물 혐의', '수사 개입'은 타깃될 듯
구속기소 된 김건희씨. 사진공동취재단김건희 특검 사건은 내란특검 사건보다 2차 종합특검에서 다룰 영역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28일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둔 김건희 특검 역시 상당수 사건을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특검은 지난 26일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씨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 7명을 기소했다.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금거북이,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 디올백 수수 의혹 관련 혐의가 포함됐다. 27일에는 김씨에게 고가의 가방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부부 등을 기소했다. 다만 특검은 이 과정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을 뿐,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관저이전 특혜 의혹'에 대해선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 등을 구속기소했다. 특검은 이들에 대해 공사 자격이 없는 업체와 정부가 계약을 맺도록 한 혐의 등을 파악했다. 다만 의혹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공사 업체 선정에 개입했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 김건희씨 모친인 최은순씨 등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개발 사업 당시 청탁을 통해 특혜를 주고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에 대해선 국토교통부 서기관 등을 기소했지만 윗선인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을 조사하는 단계까진 이르지 못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론 김건희씨가 지난 8월 구속 기소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기소됐다.
아울러 건진법사-통일교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에 대해서도 김씨는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를 종합하면 2차 종합특검에선 관저이전 특혜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윗선'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특검 수사가 무르익지 않은 '김건희씨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통해 수사에 개입했다는 사건', '윤 전 대통령 부부 뇌물 혐의 추가 규명'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병특검이 맡았던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사건의 경우 김건희씨까지 수사가 닿지 못한 상태다. 2차 종합특검이 추가로 규명할 수 있지만 관련 주요 인사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은 난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도 2차 종합특검에선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사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의 내란선동 혐의 사건, 정진석 전 비서실장의 대통령실 PC 파쇄 지시 의혹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2차 종합특검법 통과까지 국회의 심사가 남았지만 '재탕'이 되지 않으려면 수사 범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법안에 포함된 수사 범위 중 상당수는 3대 특검에서 다 따져보고 의혹을 정리한 사건이라 더 성과가 날지 의문"이라며 "이미 특검에서 원대 복귀한 수사 인력들의 피로도도 상당한데, 특검을 구성해 또 합류해도 얼마나 의지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충분한 숙고 없이 특검이 과도하게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과 예외적 수사 장치로 도입된 특검이 상시 수단으로 굳어지면서 제도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 민생 사건 적체 심화 우려 등도 이어지고 있다. 2차 종합특검이 출범한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사력을 입증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