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상장 소식에 우리 주식시장도 뜨겁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이 스페이스X에 2억 7800만달러(약 4100억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래에셋벤처투자 주가 치솟고 있고요. 우주항공 섹터도 견조한 흐름을 보입니다.
스페이스X는 우주 발사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참고기사 : "화성 갈끄니까" 스페이스X 상장 '점화'…코스피 혁신기업 있나[계좌부활전])
스페이스X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버블론 때문인데요.
AI 기술은 발전하는 데 전력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빅테크 수익성에 발목을 잡는 '병목 현상'은 AI 버블론의 주요 논리 중 하나입니다. (
참고기사 : AI 버블론 부추기는 병목 현상…중요성 커지는 '전성비')
연합뉴스머스크는 우주에 AI 데이터센터(SBDC)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스타링크 위성을 개조하겠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제시했습니다. 화성을 지구처럼 만드는 '화성 테라포밍'과 인간의 화성 이주를 꿈꾸는 머스크다운 발상이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1000TWh(테라와트시)를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전력 발전량 595.6TWh의 2배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IEA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30%가 발열 관리를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의 온도가 10도 오르면 AI 반도체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냉각이 데이터센터의 핵심인거죠.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건설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연합뉴스그래서 우주는 이론적으로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지상보다 6~10배 높은 태양광 효율로 24시간 무제한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273도의 극저온 진공상태는 냉각에 최적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도, 정부 규제나 허가 절차도 없습니다.
미래에셋증권 한종목 연구원은 "전력·냉각·행정 비용이 사실상 0에 수렴하는 궁극의 인프라가 가능한 곳"이라며 "지구에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AI의 식욕을 해결하기 위한 매우 훌륭한 물리적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도 명확합니다. 우주 AI 데이터센터를 운용하기 위한 기술 및 경제적 문제는 물론, 우주의 가혹한 방사선 환경도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빅테크들은 경쟁적으로 우주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중국도 우주 데이터센터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이미 지난 5월 '삼체 프로젝트'에 따라 궤도에서 실증 단계에 진입했죠.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통한 데이터 주권(소버린 AI) 확보와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즉 미국과 소련이 냉전시대 체제 경쟁을 위해 '우주전쟁'을 벌였다면, 이제 미국과 중국이 AI 패권을 잡기 위해 새로운 '우주전쟁'에 나설 전망입니다. 그 최전선에 있는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 1조 5천억달러(약 2218조원)로 평가받는 이유죠.
키움증권 박기현 연구원은 "현재의 멀티플은 단순한 제조 기업이 아닌 지상의 AI 한계를 우주로 확장하는 'AI 인프라 게임체인저'이자, 화성 문명 건설이라는 인류사적 프로젝트에 지불하는 거대한 프리미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박광남 연구원은 "향후 궤도 경제의 블록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장기적으로 우주 데이터 통신 규약과 보안 표준을 둘러싼 치열한 기술적·외교적 힘겨루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분리가 우주 산업에 미칠 파급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