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진투자증권 서울 오픈 국제 남자 챌린저 테니스 대회' 단식 결승이 열린 2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 약 8000명의 관중이 운집한 모습. 대회 조직위원회 "챌린저 대회에서 복식 선수들이 기자 회견까지 하고 정말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5 유진투자증권 서울 오픈 국제 남자 챌린저 테니스대회' 복식 우승을 차지한 44살 베테랑 장 줄리엔 로저(네덜란드)가 인터뷰를 마친 뒤 꼭 하고 싶다며 따로 언급한 멘트다. 2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로저는 나다니엘 라몬스(미국)와 우승을 합작했다.
로저는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 US 오픈을 제패할 만큼 복식에서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호주 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40대 중반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복식은 단식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경력이 풍부한 로저로서도 한 단계 낮은 등급의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 인터뷰 경험이 생경했을 터.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예상 외의 환대를 받았으니 따로 발언 기회를 요청하면서까지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로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부산 챌린저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왔다"면서 "대회 직원들이 따뜻하게 대해줘서 감사했고, 가족들과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복식 우승을 차지한 44살 베테랑 장 줄리엔 로저(왼쪽)과 나다니엘 라몬스(미국). 대회 조직위
단식 우승을 차지한 시마부쿠로 쇼(일본)도 "챌린저 대회 이상의 체계적인 운영과 팬들의 열정이 인상적이었다"고 호평했다. 단식 세계 랭킹 193위인 시마부쿠로는 161위인 콜맨 웡(홍콩)을 세트 스코어 2-0(6-4 6-3)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시마부쿠로는 이번 우승으로 랭킹이 157위까지 뛸 전망이다. 시마부쿠로는 "한국을 정말 좋아하는데 서울에서 ATP 투어가 만들어지면 정말 좋겠다"면서 "만약 톱 100 진입을 못해서 계속해 챌린저 대회에서 뛰어야 한다면 한국에서 열리는 챌린저는 계속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이번 대회는 고급 의전 차량 운영 등 선수들이 만족할 만한 진행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오픈을 총괄한 임규태 토너먼트 디렉터는 "ATP 투어를 뛰어봤기 때문에 선수들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래야 선수들이 랭킹이 올라갔을 때도 잊지 않고 서울 오픈에 출전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단식 우승자 시마부쿠로. 대회 조직위 흥행에서도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대회 동안 지난해 대비 약 3배 증가한 총 1만5000여 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특히 단식 준결승과 단·복식 결승이 열린 주말에만 무려 약 1만2000명이 몰렸다. 결승이 열린 3일에는 약 8000명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 오픈 못지 않은 열기를 자랑했다.
서울시테니스협회 김은섭 회장은 "기존의 테니스 동호인들은 물론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젊은 팬들이 관심을 갖는 데 집중했다"면서 "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 회장이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는 등 협회와 협업이 통했다"고 밝혔다. 협회 김호진 사무국장도 "테니스 초보인 이른바 테린이를 비롯해 테니스 동호인들의 저변과 관심이 넓어졌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이번 대회는 유진투자증권을 비롯해 서울시테니스협회, 대회 조직위원회, 그리고 스포츠 마케팅 전문 기업 프레인스포츠가 협력해 진행했다. 대한테니스협회 최경국 이사는 "유진투자증권이 따로 홍보 부스를 만드는 등 적극 후원했고, 다른 스폰서 기업들도 나서면서 유례 없는 흥행이 이뤄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팬 사인회에 나선 권순우와 동호인이 기념 촬영한 모습. 대회 조직위 유진투자증권은 2022년 코리아 오픈 이후 3년 만에 타이틀 스폰서로 대회를 후원했다. 라코스테와 리투, 달바, 어프리데이, 이소로운, PM인터내셔널, 복순도가 등 약 20여 개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했다. 대회 관계자는 "총 후원 규모가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대회 기간 풍성한 행사도 펼쳐졌다. 다국적 걸그룹 리센느의 축하 공연을 비롯해 '한국 테니스 레전드' 이형택 오리온 감독, 방송인 장성규, 조진세, 엄선영과 현역 선수 신우빈, 김동주가 이벤트 경기를 펼쳤다. 유진투자증권 부스에서는 우승자와 정현(머큐리), 권순우(국군체육부대) 등의 사인회도 이뤄졌다.
다만 이번 대회에는 국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임규태 디렉터와 김은섭 회장은 "만약 국비 지원을 받았다면 더욱 풍성한 대회를 치를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면서도 "내년에는 준비를 더욱 충분히 해서 올해보다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