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김서현은 17년 전 끝내기 병살타에 울었던 MVP의 소감을 기억해야 한다 "2008년 KS,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한화 김서현이 LG와 한국시리즈 3차전 승리를 이끈 뒤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연합뉴스한화 김서현이 LG와 한국시리즈 3차전 승리를 이끈 뒤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연합뉴스
LG의 통산 4번째이자 2년 만의 통합 우승으로 마무리된 2025년 프로야구. 그러나 올해 가을 야구를 가장 뜨겁게 달군 화두는 한화 마무리 김서현(21)이었다.

김서현은 한화의 정규 리그 2위의 주역이었지만 이번 가을 야구 승부처마다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한화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겼기 때문이다. LG가 우승팀에 걸맞는 충분한 전력을 갖췄지만 김서현 부진의 덕을 적잖게 본 것도 사실이다.

한화는 10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LG와 한국 시리즈(KS) 5차전에서 1-4로 졌다. KS를 1승 4패로 마무리하며 LG에 우승컵을 내줬다.

시즌 전 예상을 보면 한화가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칭찬을 받을 일이다. 그러나 한화도 26년 만의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 팬들의 아쉬움도 크다.

가장 컸던 패배는 전날 4차전이었다. 한화는 8회말까지 4-1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9회초 김서현이 볼넷에 이어 박동원에게 2점 홈런을 맞았고, 1사에서 또 볼넷을 허용하며 강판했다. 박상원이 긴급히 구원 등판했지만 김현수에게 역전 결승타를 맞았고, 한화는 그대로 무너졌다.

이날 한화가 이겼다면 시리즈를 2승 2패로 맞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도 5차전 뒤 "4차전이 가장 아쉽다"면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LG에 내줬다"고 입맛을 다셨다.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을 5차전에서 뒤집기는 무리였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회말 동점 홈런을 맞은 김서현이 아쉬워 하는 모습. 연합뉴스 삼성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회말 동점 홈런을 맞은 김서현이 아쉬워 하는 모습. 연합뉴스 
거슬러 올라가면 한화와 김서현에게 삼성과 플레이오프(PO) 4차전도 뼈아팠다. 김서현은 4-1로 앞선 6회말 무사 1, 2루에서 등판해 1사 1, 3루에서 삼성 김영웅에게 3점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김영웅이 7회말에도 3점 홈런을 날리면서 한화는 통한의 역전패를 안았다.

한화는 PO 5차전을 이겼지만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라는 최고의 카드를 소진하면서 KS 1, 2차전에 쓸 수 없었다. 폰세가 KS 3차전 6이닝 2실점, 와이스가 4차전 7⅔이닝 1실점으로 역투한 점을 감안하면 PO 4차전 패배가 없었다면 KS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적잖았다.

연이은 충격에 김서현이 겪은 아픔은 컸다. 김서현은 KS 3차전에서 8회 1사에 투입돼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 투수가 된 뒤 펑펑 눈물을 흘렸다. 경기 후 눈물의 의미에 대해 김서현은 "오늘처럼 9회에 막은 경기가 너무 오랜만이라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들이 갑자기 나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날 승리가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김서현은 "남은 경기에 이 좋은 기억과 자신감을 새겨두면서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안전하게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다음날 4차전에서 또 다시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지면서 김서현의 가을 야구는 아픔으로 마무리됐다.

10월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한화이글스와의 5차전에서 LG 트윈스가 승리하며 우승, MVP를 호명 받은 LG 김현수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한화이글스와의 5차전에서 LG 트윈스가 승리하며 우승, MVP를 호명 받은 LG 김현수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김서현에게는 올해 가을 야구가 야구 인생에 엄청난 자양분이 될지도 모른다. 올해 KS 최우수 선수(MVP)에 오른 김현수(37)가 들려준 소회를 새겨들어야 할 이유다.

김현수는 이번 KS에서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5차전 4타수 3안타 2타점 등 KS 5경기에서 17타수 9안타(타율 5할2푼9리), 1홈런, 5볼넷, 8타점으로 기자단 투표에서 총 89표 중 61표를 얻어 MVP에 올랐다.

6번째 KS에서 받은 첫 MVP 트로피다. 김현수는 두산 시절인 2007년, 2008년, 2013년, 2015년과 LG에서 뛴 2023년 KS에 오른 바 있다. 2015년과 2023년 KS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특히 김현수는 2008년 SK와 KS에서 엄청난 아픔을 겪었다. 타율 4푼8리(21타수 1안타)의 부진했던 김현수는 무엇보다 5차전에서 0-2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투수 앞 병살타를 쳤다. 동점, 혹은 역전 기회가 물거품이 되면서 그대로 KS가 끝났다. 당시 김현수는 충격에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2008년 KS 5차전에서 9회말 병살타를 친 뒤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김현수. 노컷뉴스2008년 KS 5차전에서 9회말 병살타를 친 뒤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김현수. 노컷뉴스
이날 KS MVP 등극으로 그날의 아픈 기억을 날린 것일까. 하지만 김현수는 "그렇지 않고 평생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어쩌면 본인 스스로 잊지 않겠다는 의지다. 김현수는 "그날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큰 경기를 하는 데 있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면서 "침착함을 유지하자는 다짐을 잊지 않고 대비하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17년 전의 뼈아픈 경험이 이날 MVP의 영광을 안게 된 자양분이 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2008년 당시 두산 사령탑은 김경문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KS에서 부진했던 김현수를 끝까지 믿고 중심 타자로 기용했다. 이날 5차전 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면서 "나중에 그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으로 팀을 좋은 자리에 올려줄 거니까 (KS에서)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연처럼 2008년 김현수도, 2025년 김서현도 프로 3년째 리그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그리고 KS에서 커다란 아픔을 겪어야 했다. 

김서현 역시 훗날 영광의 순간 올해 KS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17년 전 김현수가 병살타로 눈물을 펑펑 흘렸던 날도 10월 31일이었다. 과연 김서현이 2025년 10월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기억하고, 간직해나갈까.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