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LG 충격패를 보고도?' 한화는 왜 김서현 악몽의 징후, 볼질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3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9회초 한화 김서현이 강판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9회초 한화 김서현이 강판 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만의 통합 우승 재현에 단 1승만을 남긴 LG와 26년 만의 우승 도전이 무산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한화. 사실 두 팀의 상황이 바뀔 수도 있었지만 한화의 투수 교체 시점이 운명을 갈랐다.

LG는 3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와 한국 시리즈(KS) 4차전에서 7-4로 이겼다. LG는 8회말까지 1-4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9회초에만 무려 6점을 뽑아내 승리를 거뒀다.

한화로선 통한의 역전패였다.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 동률로 만들 절호의 기회였지만 9회초 3점을 지키지 못했다.

전날 3차전에서 나온 LG의 전철을 한화가 그대로 밟았다. 마무리가 볼넷을 내주며 흔들린 상황에서 그대로 밀고 가다가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화는 8회초 한 차례 위기가 왔다.  혼신의 역투를 펼치던 선발 라이언 와이스가 2사를 잡아놓고 신민재에게 2루타를 맞고 물러난 뒤 김범수가 김현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줘 3-1이 됐다. 문보경의 안타가 이어지면서 한화는 2사 1, 2루에 몰렸다.

마무리 김서현이 투입돼 오스틴 딘을 초구에 뜬공으로 잡아내며 일단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8회말에는 최재훈의 빗맞은 행운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한화가 4-1까지 달아났다. 전날에 이어 4차전도 행운의 여신이 한화를 향해 웃는 듯했다.

하지만 김서현은 9회를 넘기지 못했다. 선두 타자 오지환에게 5개의 직구를 던졌는데 4개가 빠졌다. 제구가 흔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포수 최재훈이 마운드에 올라 김서현을 진정시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박동원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 2구 직구가 모두 높았다. 3구째 직구는 몸쪽 구석에 꽂힌 스트라이크였지만 4구째 시속 150km 직구가 실투로 이어지면서 중월 2점 홈런이 됐다.

3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9회초 무사 2루 LG 박동원이 중월 투런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9회초 무사 2루 LG 박동원이 중월 투런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양상문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김서현을 다독였지만 역시 효과가 없었다. 김서현은 천성호를 내야 땅볼로 잡아냈지만 박해민에게 또 다시 볼넷을 내줬다. 멘털에 제구까지 완전히 무너졌다. 박해민이 9번 타자임을 감안하면 반드시 잡아내야 LG 상위 타선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었지만 김서현은 이미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급히 박상원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분위기는 넘어간 뒤였다. 홍창기에게 안타를 맞은 박상원은 신민재를 1루 땅볼로 잡아내면서 2사 2, 3루가 됐다. 그래도 박상원은 1볼-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지만 포크볼에 김현수가 속지 않자 직구로 승부를 걸었다. 시속 148km 5구째가 낮게 들어갔지만 가운데 몰리면서 김현수의 우전 2타점 적시타로 이어졌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결국 원인은 김서현의 이른바 '볼질'이었다.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줄 때 이미 심상치 않았다. 2차전에서 홈런을 날린 바 있는 박동원은 노리면 넘어가는 힘 있는 타자다. 경기 후 박동원은 "초구, 2구를 칠 생각이 없었는데 볼이 됐다"면서 "하나 스트라이크가 들어오고 이제 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실투가 왔다"고 돌아봤다. 김서현의 흔들린 제구를 이용한 노림수가 제대로 통한 셈이다.

김서현은 이번 가을 엄청난 시련을 겪어왔다. 지난 1일 SSG와 정규 리그 원정에서 9회말 2점 홈런 2방을 맞고 끝내기 패배를 안은 게 시발점이었다. 한화의 정규 리그 1위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경기였다. 김서현은 삼성과 플레이오프(PO)에서도 1차전 9회초 3점 차 리드에서 홈런과 적시타로 2점을 내주며 위기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삼성과 PO 4차전 충격이 컸다. 김서현은 4-1로 앞선 6회말 등판했지만 김영웅에게 3점 홈런을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기세가 오른 김영웅은 7회말에도 3점 홈런을 때려내며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한화는 4차전을 이겼지만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를 KS 1, 2차전에 낼 수 있었지만 PO 5차전이 급해 둘을 모두 써야 했다. LG와 KS에서 밀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말 2사 만루 LG 유영찬이 한화 황영묵에게 볼넷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말 2사 만루 LG 유영찬이 한화 황영묵에게 볼넷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LG도 3차전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3-1로 앞선 8회말 1사 1, 3루에서 등판한 마무리 유영찬이 선두 타자 문현빈에게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지만 1타점 적시타가 되면서 흔들린 것. 노시환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유영찬은 이후 제구가 무너져 연속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심우준이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친 빗맞은 타구는 3루수 키를 넘는 2타점 2루타가 되면서 유영찬은 패전 투수가 됐다.

마무리의 흔들린 제구가 재앙이 된 사례였다. 그러나 한화는 다음날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재앙을 맞았다. 3차전에 앞서 시구자로 나섰던 한화 전설의 마무리 구대성 중국 장쑤성 코치는 김서현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잡으려 하지 말고 무조건 집어넣어라'는 것"이라면서 "삼진을 잡으려고 안 맞으려 하기보다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넣으면 타자들이 알아서 치고 야수들이 잡아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서현은 승부하지 못하고 몰리다 결국 무너졌다.

김서현은 3차전에서 1⅔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지만 다소 멋쩍은 결과였다. 8회초 1사 1, 3루에서 등판한 김서현은 오스틴의 머리 뒤로 가는 어이 없는 폭투를 던졌다. 1-2의 스코어가 1-3로 벌어졌다. 한화로선 다행히 8회말 빗맞은 안타가 3개나 나오는 운이 따르면서 이길 수 있었지, 아니었다면 또 다시 악몽이 될 뻔했다.

한화는 4차전에도 최재훈의 빗맞은 적시타가 나와 운이 따르는 듯했다. 그러나 김서현의 불운(?)이 더 강했다. 한화는 제구 불안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김서현을 다시 믿었다가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한화 이글스 대 삼성 라이온즈 4차전. 6회 말 4실점한 한화 투수 김서현이 아쉬워하는 모습. 연합뉴스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한화 이글스 대 삼성 라이온즈 4차전. 6회 말 4실점한 한화 투수 김서현이 아쉬워하는 모습. 연합뉴스 

승부처 등판 시점도 한화 투수들에게는 부담이 가는 상황이었다. 삼성과 PO 4차전에서 김서현은 무사 1, 2루에 나섰고, 박상원도 9회말 1사 1루에 등판했다. 승부의 분수령이라면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투수가 나서야 그래도 부담이 덜했겠지만 한화의 투수 운용은 그러지 못했다.

물론 한화로선 정규 리그 33세이브, 2위를 차지한 김서현이 마무리로 나서야 정상이다. 그러나 김서현의 상황은 정상이 아닌 게 문제다. 잇단 엄청난 충격이 1경기 승리, 그나마도 쑥스러운 승리로 치유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마지막 단기전 승부인 KS라면 보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법도 했지만 한화 벤치는 김서현을 다시 믿는 쪽을 선택했다. 선수가 이를 이겨내고 살아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그러기에는 내상이 너무 컸다. 오히려 부담이 큰 승부처에서 등판이 선수가 더욱 힘겨운 상황을 겪게 된 모양새다.

경기 후 한화 김경문 감독은 3차전에서 불안했던 김서현의 4차전 승부처 투입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맞고 난 다음에 얘기한다면 할 말이 없다"면서 "8회는 잘 막았잖아요?"라고 반문했다. 5차전 투수 운용에 대해 김 감독은 "벼랑 끝에 몰려 있으니까 던질 수 있는 투수들 다 준비해서 던져야겠죠"라면서 "내일 선발 투수는 문동주"라고 밝혔다. 과연 행운의 여신이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친 한화가 기울어진 분위기를 되돌릴 수 있을까.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