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프로야구 KBO 리그 포스트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LG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KBO 허구연 총재(왼쪽부터), 염경엽 감독, 주장 박해민, 차명석 단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막중한 책임감에 눈물을 쏟았던 '쌍둥이 군단' 주장이 최고의 가을 미소로 올해를 마무리했다. 2년 만에 LG의 우승을 이끈 베테랑 박해민(35)이다.
LG는 10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와 한국 시리즈(KS) 5차전에서 4-1로 이겼다. 4승 1패로 한화를 제압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박해민은 주장으로서 염경엽 감독, 차명석 단장 등과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렸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기쁨도 누렸다.
사실 박해민은 마음고생이 적잖았다. 전날 4차전에서 0-1로 뒤진 5회초 1사 1, 3루 절호의 동점 기회에서 병살타를 날렸기 때문이다.
다만 LG는 9회초 대거 6점을 뽑아내며 7-5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박해민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정작 박해민은 우승이 확정된 5차전 이후에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박해민은 "어제 너무 많이 울어서 오늘은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어제는 나 때문에 동점 기회가 날아가 끌려갔는데 지면 어떻게 하나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그런데 오지환이 볼넷을 골라내고 박동원의 홈런이 나오고, 홍창기도 기회를 만들어주고, 김현수 형이 결승타를 치면서 팀원들이 너무 멋지게 역전해줘서 고마웠다"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10월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선수들이 주장 박해민을 헹가래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장이기에 더 부담이 컸다. 박해민은 "시즌 중에도 어려울 때 한 마디 하는 게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KS에서도 주장으로서 보여줘야 할 게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박해민은 144경기를 모두 뛰며 타율 2할7푼6리 122안타 80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49도루로 7년 만에 타이틀을 획득했다. 9번 타자임에도 다른 팀의 주전 테이블 세터급의 활약을 펼쳤다.
올해 홈런은 3개에 머물렀지만 엄청난 영영가를 보인 한 방이 있었다. 지난 7월 22일 KIA와 광주 원정에서였다. 박해민은 4-7로 뒤진 9회초 1사 1, 2루에서 극적인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LG의 9-7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LG는 여세를 몰아 다음날에도 연장 혈투 끝에 KIA를 눌렀다. 박해민의 한 방 이후 LG는 당시 1위 한화와 승차 5.5경기를 따라잡고 정규 리그 우승까지 이를 수 있었다. KS 최우수 선수(MVP) 김현수(38)도 "박해민의 3점 홈런이 터진 KIA와 경기가 올해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다"고 꼽았다.
10월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경기. 1회 초 1사 1루 때 LG 박해민이 한화 문현빈의 장타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여기에 박해민은 다른 팀 타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통곡의 벽'이었다. 빠른 발로 엄청난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박해민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타구를 순간적으로 판단해 쫓는 탁월한 능력, 점프 캐치까지 수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냈다. 특히 한화 타자들의 안타 및 장타성 타구를 많이 잡아 대전 명물인 빵집 'OO당 출입 금지' 등 원성을 샀다.
특히 선수단 투표로 뽑힌 주장으로서 탁월한 리더십으로 팀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박해민은 "프런트가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줬다"면서 "선수단과 프런트가 함께 일군 우승"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제 박해민은 김현수와 함께 또 한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마음은 '쌍둥이 군단'에 가 있다. 박해민은 "일단 일주일 동안 즐기면서 생각하겠다"면서 "현수 형과 같이 남는 게 가장 좋다"고 잔류 의사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