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의료 공공성 강화와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9월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파업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국립대병원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넘기는 방안(123대 국정과제)을 현 정부도 "올해 안에 끝내겠다"고 밝혔지만, 윤 정부 추진 이래 2년이 되도록 관련 공청회는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측과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숙의 과정'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연내 이관' 못 박은 국정과제…공청회는 '0번'
14일 CBS노컷뉴스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립대병원 부처 이관 문제에 관한 국회나 정부 차원의 공청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교육부나 복지부, 국립대병원 측이 6차례 직접 만나 이관 현황을 점검·논의한 바 있지만 이는 일부 관계자들 간 '비공개 면담'에서였다. 진행상황과 쟁점을 투명하게 공표하는 '공청(公聽)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도 공청회는 전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10곳의 소관부처를 이관하는 문제는 지난 2023년 10월 당시 윤석열 정부가 추진을 발표했는데, 정권교체 후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도 확정되며 정책기조가 이어졌다.
올 7월 취임시 '연내 이관'을 천명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에도 "올해 안에 (관련법안을) 꼭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타임라인을 거듭 못 박았다.
물론 부처 이관 문제의 경우, 관련 공청회를 반드시 열어야 할 의무는 없다. 국회법상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기존 법을 '전부 개정'할 때는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데(또는 상임위 의결로 생략 가능) 현재 정부·여당은 '국립대학병원설치법' 등의 '일부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과 파장을 고려하면, 공론화를 위한 공청회는 필수라는 지적이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됐다.
2025년 9월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 中 |
"숙성을 좀 더 시켜야 되는 것 아닌가요? 정부부처 소관을 (이전)하는 건데 과연 이렇게 변경됐을 경우 효과, 또 지역 의료체계(에 미칠 영향)라든가 전반적인 검토에 대한 것들이…공청회 했나요? 공청회 했습니까?"(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
"(이관) 필요성은 공감하는데 지금 국립대병원이 처한 문제나 이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기는 사실 어렵잖아요. 서울대병원도 그렇고 국립대병원에서 교수들이 굉장히 반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중략). 단순히 이관 절차만 집중할 게 아니라 정부에서 반대하는 현장 의사들에게 비전을 보여주셔야 될 것 같아요."(민주당 백승아 의원)
"제도적 정합성과 이해관계가 굉장히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 나가는 게 맞다, 라는 게 개인적 의견입니다."(국민의힘 조정훈 의원) |
용산에 '제2 의정대란 우려' 전달되기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현장에서는 민간 대형병원과 달리,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정체성인 '연구·교육' 경쟁력이 약화할 거란 염려가 나온다. 국립대병원들도 지역 필수의료(공공진료)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목적엔 공감한다. 다만 '관리자 간판만 바뀐다고 규모·기능이 더 발전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기류가 상당하다.
'선(先) 이관, 후(後) 논의' 식 졸속진행이라는 반발도 크다. 이관 후 교육·연구 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에 관한 구체적 육성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칫 필수의료과 진료만 전담하며 원내 '리스크'만 커질 수 있다는 불만도 함께 읽힌다.
복지부가 내놓은 설명은 '국립대병원 전용 R&D(연구·개발) 과제 3년간 500억 원 지원' 등 정도다. 교육과 관련해선 '교육부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임상교육·전공의 수련 등을 더욱 내실화하겠다'고만 했다.
이에
국립대병원들은 지난달말 대통령실에 '이대로 강행시 제2의 의·정(醫政)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건의문을 공식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의문에는 협회가 같은 달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도 반영됐다. 조사에 응한 국립대병원 교수 1400여 명(전체 57% 참여) 중 73%는 '이관에 반대한다'고 했다.
한 지역 국립대병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처 이관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다. 실제 이관이 된다고, 정부가 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액 연봉보다, 교육·연구의 길을 택한 교수인력 유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국감을 앞둔 교육부는 국립대병원의 '의학교육·연구 지원'을 강화할 복안을 묻자 "국립대병원의 당연직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며, 의대생 교육 등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또
"교육부와 복지부, 국립대병원이 참여하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협의체'를 통해 국립대학병원 발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