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대합실 내부의 모습. 이재기 기자 잦은 잔고장이 발생하고, 선박건조 실적도 변변찮은 회사에다 하이브리드 선박 제조를 맡긴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던 한강버스를 타봤다. 한강버스에 오르기 위해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해 여의나루역에 내린 뒤 2번 출구로 이어진 선착장 진입로를 따라 300~400m를 걷자 여의도 한강버스선착장이 나왔다.
지하철에서 선착장 탑승게이트까지 10분 정도 걸리는 편리한 접근성에 놀랐다. 한강버스의 접근성이 여의나루역처럼 편리한 곳은 서울메트로와 연결된 옥수(3호선)와 뚝섬(7호선) 등 3곳이고 나머지 4개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선착장의 접근 편의성이 뛰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여의나루역만 놓고보면 시설을 이용하는 주변 시민들의 만족도가 꽤 높을 것 같았다.
이날 여의도선착장에서 한강버스를 타게된 건 서울시가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강버스 홍보와 시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여의도~뚝섬까지 시승해보는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늘이 잔뜩 흐린 가운데 부슬비가 내린 상황이라 한강버스 좌우로 펼쳐진 강 주변의 풍광이 제한적이었지만, 강 좌우안의 아파트와 고층건물, 노들섬, 여러모양의 한강다리들이 시원스러운 뷰를 만들어냈다. 고수부지나 한강다리 위 또는 고층건물에서 내려다 보던 한강과 달리 한강버스 선상의 한강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뚝섬선착장에서 바라본 잠실 주경기장. 이재기 기자 뚝섬까지 타고 간 한강버스는 155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전기선박이라 운항 내내 소음이 거의 없었고 승선해 있는 동안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승선감이 쾌적했다. 여의도를 출발해 뚝섬까지 가는데 40분, 회황에 소요된 40분 등 총 80분 동안 탑승했지만 뱃전을 가르며 출렁이는 한강물만 아니면 육상교통수단으로 느낄 만큼 안정적이었다.
이 배를 포함해 한강버스로 투입될 선박은 12척, 8척이 하이브리드(전기+경유), 4척이 전기선박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8척이 완성돼 인도된 상태이고 4척은 건조중이다. 서울시는 운항중단의 원인이 됐던 선박의 문제점을 의식한 듯 이 부분에 여러 해명을 내놨다.
"건조중인 4척의 관리감독을 위해 한강버스 선박감독단 3명이 조선소 현장에 상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선박 관련 협회에서 수십차례 방문해 공정마다 시공상태와 완공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계통 고장이나 방향타 작동 이상 등 잦았던 잔고장의 이유는 '전기선박도 하이브리드선박도 이번이 최초 건조였고, 우리나라의 중소형 선박제조 수준은 중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는 해명을 했다. 마스가의 동력이 되고 있는 대형선박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강버스 선상에서 발언중인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기 기자 그만큼 크고작은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는 해명이지만 실적이 일천한 신생회사에 건조를 맡기고 시험운영기간 중 문제발생의 소지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한 부분까지 납득이 되는 해명으로 들리진 않았다.
육상 교통외에도 한강을 이용한 수상 교통수단을 하나 더 확보하려던 시의 계획이 선박운항 10여일만에 중단된 건 뼈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시장 4선에 성공한 오세훈시장이 이른바 '한강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추진해오던 한강업그레이드의 결정판 가운데 하나이고 그 수혜가 천만 시민에게 미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연관지어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서울시의 주요정책으로 추진된 사업이지만 조기에 문제점을 드러내는 뼈아픈 실책을 드러낸 게 사업을 선거전 소재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서둘렀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오세훈시장이 임기 내내 한강사업에 역점을 둬온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의심이 억측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행정기관의 정책을 선거와 연관짓는 것은 정치권이나 특정 개개인의 판단의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배를 띄운 지 불과 10일이 지난 시점에서 잦은 고장 때문에 추진했던 정책을 무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수도 서울의 행정이 이 정도로 허술한 것이라면 누군들 시의 행정을 믿고 일을 맡길 것이며 또 따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초구 잠수교 아래로 진입하는 한강버스. 이재기 기자 오 시장의 결단으로 상업운행을 중단한 채 1달 더 시험운행을 했던 서울시는 이달말 다시 한강버스를 띄울 예정이다. 그동안 선박의 기술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지 꼼꼼히 체크했다고 한다. 한번은 몰라도 두 번의 실수는 용납이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날 알게된 사실이지만 (주)한강버스 설립 때 서울시가 51억원을 출자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고 기반시설 건설에 드는 비용 가운데 800억원에 가까운 돈은 SH가 대여한 돈이다. 시민들은 정책도 아이디어도 재원도 서울시 제공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서투른 업무 추진이 또다시 문제가 됐을 때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한강버스의 운영주체는 '주식회사 한강버스'라고 해도 곧이 곧대로 믿어줄 사람도 없다.
서울시는 이날 설명을 통해 2년간 4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외에 예산이 추가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대중교통수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다 좋다. 하지만 먼저 한강버스 운행을 정상화하는 능력부터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