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회 국정감사장에 앉혀두고 질의를 강행했다. 주로 대선 직전 이뤄졌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의 경위에 대해 캐물었지만, 조 대법원장은 침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을 감금해서 진술을 압박한다"며 반발했고, 국정감사 중단을 촉구했다. 여야의 난타전 끝에 조 대법원장은 약 90분간 머물다가 자리를 떴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대법원 현장을 찾아 추가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집무실 75평' 등 대법관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정조준해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희대 "관례" 주장하며 이석 요구…추미애 "불허"
13일 조 대법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에서 "어떠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헌법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국감의 시작과 종료 시에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했던 종전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이 오늘 출석할지 여부에 대해선 고민을 많이 하셨다"면서도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우리 사법부도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행으로 이뤄졌던 국정감사 인사말과 마무리 발언은 지키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사법부가 국회를 존중해 관행대로 출석은 했으니, 국회도 사법부를 존중해 대법원장을 향한 질의는 하지 말고 퇴장을 허가해달라는 취지다. 통상 대법원 국정감사에선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한 뒤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받아 이석해왔다.
하지만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약 90분간 이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이 '참고인' 신분으로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추 위원장은 "국회는 국민을 대변해 묻는 곳"이라며 "누구보다 법을 존중해야 할 대법원장이 관례를 책임 회피의 방패로 삼지 말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에게 증인 선서를 강요하진 않았다. 조 대법원장이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사전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곽규택, 나경원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 진행과 관련해 추미애 법사위원장 자리로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與, 조희대 향해 "윤석열과 무슨 얘기 나눴나"…曺 '침묵'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앉혀두고 대법원이 대선 직전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을 파기환송한 경위에 대해 따져물었다.
서영교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판사들은 조희대가 사퇴해야 한다고, 왜 이틀 만에 이렇게 (이 대통령 사건을) 파기 환송했냐고,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며 "7만 페이지의 기록은 200 페이지 책 350권이다. 이걸 이틀 만에 다 볼 수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월 23일 대법관들이 모여서 밥을 먹고 4월 24일 날 (전원 합의체) 표결했다. 이게 바로 이재명 후보를 날려 보내려고 한 것"이라며 "대법원장에게 묻겠다. 윤석열과 만난 적 있나. 윤석열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추 위원장 논리대로면 대통령, 총리, 국회의장도 국정감사에 나와야 하냐"며 "삼권분립 원칙이 파괴된다면 이것은 결국 헌법의 근간을 파괴하는 것이다. 헌정 사상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조배숙 의원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참고인 진술은 있을 수 없다"며 따졌고, 신동욱 의원은 "한덕수와 조희대가 만났다는 가짜뉴스를 갖고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느냐. 부끄러운 줄 모르고 대법원장을 감금해서 진술 압박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은 여야 질의와 관련해선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 간 상호 고성이 오가는 등 난타전이 이뤄지자, 추 위원장은 11시 40분쯤 감사를 중지하고 결국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가했다.
이후 재개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대법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대선 개입 의혹을 꼬치꼬치 캐물었고, 국민의힘은 오히려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하지 않고 '파기자판' 했어야 했다며 공세를 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내일 대법원 현장…특혜 의혹 정조준으로 사법개혁 동력↑
법사위는 15일 대법원을 직접 찾아 현장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민주당은 이번 대법원 국정감사를 계기로 사법개혁의 동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조 대법원장 흔들기와 함께 '대법관 집무실 75평' 등 특혜 의혹을 짚으며 개혁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법관 14명 증원하려면 약 1조 4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대법관 증원에 그 정도 예산이 필요한 것인지 대법관 집무실 등 현장 검증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의원실 규모가 약 45평 정도인데, 대법관 한 명의 집무실 규모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75평 정도 된다고 한다. 과연 이 정도 규모의 대법관실이 필요한 것인지, 거기에 혈세를 사용하는 게 맞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