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황진환 기자최근 서울시는 앞으로 6년간 주택 31만 가구가 서울시내에 착공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3.8%가 한강주변에 집중된다.
정비 수요가 한강변에 몰려 있기도 해서지만, 한강변 주거 수요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대차게 추진해온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효과라고 설명한다.
단순한 강변 미화가 아닌 강을 둘러싼 주거지의 가치를 재정의하며, 서울 아파트 시장의 판도를 한강르네상스가 흔들었다는 것이다.
2006년 시작된 한강르네상스는 자연형 호안 복원과 생태공원 조성에 집중했다. 반포 달빛무지개분수와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은 대표적 성과였다. 세빛섬이 생겼고, 강변 산책로에는 대규모로 나무 그늘이 만들어졌다.
당시 반포 아파트들은 '리모델링 단지' 수준이었지만, 달빛무지개분수와 세련된 한강공원이 생기면서 입지는 달라졌다.
이후 '아크로리버파크'가 2016년 입주하며 30억 원대 아파트의 시대를 열었다. 조망권을 등에 업은 한강변 주거지의 재평가가 본격화된 시점이었다.
2023년 오 시장이 재집권하면서 한강르네상스는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이번엔 접근성 개선이 중심이다. 교량호텔, 수상레포츠센터가 등장했고, 최근엔 한강버스까지 운행을 시작했다.
'서울링'과 '제2세종문화회관'이 한강 스카이라인을 바꿀 예정이다. 잠실선착장을 끼고 있는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은 이 같은 한강 접근성 호재와 맞물려 매물마다 신고가를 기록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1-5번지 일대 모아타운 부지를 현장 점검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는 다른 데이터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통해 2015~2025년 사이 서울 평균 아파트값과 한강벨트 아파트값을 비교해봤다.
서울 전체 평균 2.5배 상승했다. 한강벨트는 그 이상으로 나타났다. 강변북로와 인접한 용산, 성동, 광진, 동작구는 2.6배 정도 상승했다.
강남4구는 2.7개로 더 차이가 났다. 올림픽대로와 인접한 강서, 양천, 영등포구 역시 2.6배로 평균보다 높았다.
한강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문화·교통 인프라가 확충될수록 가격은 추가 프리미엄을 얹는 구조가 됐다.
도시설계 전문가들은 한강르네상스가 제공한 환경·문화 인프라. 한강공원, 친수공간은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전체의 가치 창출을 했다고 평가했다.
새로 들어선 수상교통과 각종 랜드마크 시설은 강변 주거를 '도심 속 리조트형 생활'로 끌어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황진환 기자마포구의 부동산중개인은 "과거에는 한강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같은 단지에서 아파트 가격 차이가 났다면, 이제는 한강 접근성이 좋냐, 나쁘냐에 따라서도 아파트 시세가 갈린다"고 말했다.
이 중개인은 최근 해외 투자자들의 매입 문의도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강변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서울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글로벌 자본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강르네상스와 거리를 두고 있는 지역 또한 어떻게 가치를 높여갈지는 서울시의 남은 숙제다.
강변 단지들은 신고가를 경신하는 반면, 외곽 지역은 그만 못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서울 부동산의 자산 격차는 한강을 경계로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강르네상스는 한강벨트 아파트 가격을 단순히 올린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살고 싶은 집'의 정의 자체를 바꿨다.
조망과 접근성, 문화와 브랜드가 맞물리며, 한강은 주거와 자산의 새로운 기준선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