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 본격화 됐다. 6.27 부동산 대책 파급력이 약화되고 9.7 공급대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이 겹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9월 5주(9월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 대비 0.08%p 상승한 0.27%를 기록했다. 9.7 대책 발표 직후인 9월2주차부터 4주 연속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확대되고 있다. 같은 기간 상승폭도0.01%p(0.09%)→0.03%p(0.12%)→0.07%p(0.19%)→0.08%p(0.27%)로 가팔라지고 있다. 어느덧 6.27 대책 직전 최고점을 찍었던 6월4주차 0.43% 상승률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추이는 한창 뜨거웠던 지난 6월과 판박이다. 이른바 '한강벨트'라 불리는 마·용·성과 그 배후지역이 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성동구(0.78%)는 직전 주와 비교해 오름폭이 0.19%p 확대됐고, 마포구(0.69%)는 상승률을 0.26%p 키우며 서울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다.
마포·성동 이미 6월 '불장' 움직임, 주변부까지 급등 조짐
9월 2주차부터 성동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27%→0.41%→0.59%→0.70%, 마포구는 0.17%→0.28%
→0.43%→0.69%로 급등했다. 6.27 대책 직전까지 6월 4주간 상승률을 보면 성동구가 0.26%→0.47%
→0.76%→0.99%, 마포구는 0.30%→0.45%→0.66%→0.98%였다. 거의 유사한 흐름으로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동구와 마포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6.27 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하자 이제는 급등세가 주변부로 확산되고 있다. 성동구와 근접한 광진구의 9월 5주 상승률은 0.65%로,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직전 주(0.35%) 대비로도 0.3%p로 2배 가까이 폭등했다.
송파구(0.35%→0.49%), 강동구(0.31%→0.49%), 중구(0.27%→0.40%), 동대문구(0.15%→0.25%), 양천구(0.28%→0.39%), 동작구(0.20%→0.30%) 등을 비롯해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상승폭이 확대됐다.
거래는 줄고 상승률은 꺾이지만 가격은 내려가지 않아아…규제의 역설
류영주 기자6.27 대책으로 잦아드는 듯 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는 규제가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규제의 역설'을 꼽는다. 9월 들어 성동구와 마포구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을 조만간 이 지역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일 것이라는 시장 예측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9·7 부동산 대책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주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고 현재 법개정이 추진중이다.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토허구역 지정은 지자체장만의 권한이었다.
대책이 발표되면서 성동구와 마포구의 아파트 가격은 크게 움직였다. 특히 지방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마포구, 성동구가 토허구역에 지정돼 갭투자 금지, 실거주 제한 등에 묶이기 전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사야한다는 심리적 다급함마저 감지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소장은 "지금 구매자들이 조급하게 움직이는데 그 이유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때문이기도 하다. 토허제가 확대되기 전인 지금이 갭투자의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정부 방침대로 국토부 장관이 토허제 지정을 확대하면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규제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을 낮추겠다는 정부 방침에 회의적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는 6.27 대책이 오히려 규제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실례가 됐다. 6.27 대책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은 무조건 6억 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가 하면, 다주택자는 대출을 전면 금지하며 돈줄을 막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률 폭이 줄어들었을 뿐 하락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상승률의 제한적 완화 효과마저 3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강력한 규제가 내려지면 거래가 급감하고 상승률은 꺾이지만 집값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규제에 익숙해진 시장이 다시 폭등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강한 규제에 집착하게 되면 충격에 익숙해진 시장에 풍선효과가 만연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대출 규제를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춘다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4억원 대출로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찾아다닐 것"이라며 "노원·도봉·강북을 비롯한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까지 들썩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석 연휴 뒤에도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 커
정부가 충분한 공급대책을 내놓지 못한채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전세대출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불안심리를 느낀 임차인들이 주택 구매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27 대책에는 임차인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을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범주로 보고, 수도권·규제지역 내에서는 이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했다. 전세보증금 대출 제한으로 서울 내 전세매물이 급감하면서 당장 전세물건을 찾는 임차인들은 매물 부족으로 발을 구르는 실정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팀장은 "정부의 발표 대부분이 착공 계획이니 당장 내년부터 물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거기에 가장 민감한 시장인 전·월세 임대차 시장 쪽에서 불안감이 늘고 매매 쪽으로 넘어가는 수요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문제는 이제 단기적 규제보다 근본적 구조를 손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 원툴 만으로는 거두는 성과보다 벌어지는 부작용이 더 심각해지는 단계라는 것이다. 시장이 계층별,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는데 정작 정책은 다양하고 디테일해지기 커녕 '센 강도'에만 집착하다보니 효과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 집값을 계속 상승시키고 있는 '똘똘한 한 채' 심리를 줄이기 위한 다주택자 규제 완화, 매매시장에서 매물 증대를 유도하기 위한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감면 정책 등 정책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충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