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고은은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출연 계기에 대해 "조력 사망이라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는 송혜진 작가님의 얘기를 들었다"며 "남아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점이 반가워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현장에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늘 자신의 자존감을 채워줬단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 류은중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은 극 중 은중의 어머니 장순영을 연기한 장혜진을 떠올렸다.
"촬영하면서 '너는 진~짜 잘한다'고 계속 말씀해 주셔서 제 자존감 지킴이셨어요. 그러면 '엄마, 나 잘했어?', '어디가 그렇게 잘했어' 하면서 지냈다니까요.(웃음)"
앞서 김고은과 장혜진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2024)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장혜진은 장흥수(노상현)의 어머니로 출연했다. 그때도 김고은만 보면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진짜 예뻐해 주셨다"며 "그 예쁨 받는 느낌을 계속 느끼게 해주셔서 제가 강아지 마냥 신나서 칭찬 받으려고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시리즈 '은중과 상연'. 넷플릭스 제공'은중과 상연'은 10대 시절부터 40대까지 이어지는 류은중과 천상연(박지현)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다룬다.
두 번의 절교와 수많은 사건들을 거치며 변화를 겪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말기 암에 걸린 천상연이 은중에게 마지막 동행을 부탁하며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한층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극 중 천상연의 쉽지 않은 감정선을 마주한 김고은은 상대 배우가 누가 될지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상연의 서사가 깊고 감정선도 널뛰어서 누가 이 어려운 역할을 해줄까 생각했어요. 연기로 신뢰를 주는 지현이가 한다고 해서 정말 뛸 듯이 기뻤죠."이어 작품에 대해 "남겨진 40대 류은중이 이야기 속에서라도 영원히 살고 싶다는 천상연의 말을 듣고 전하는 이야기"라며 "긴 호흡의 작품인 만큼 중심을 잡고 끝까지 끌고 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현이가 하도 울어서 눈물 쏙 들어가, 기억나는 대사는…"
김고은은 평소 주변 지인들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본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로 성실히 출근하거나 매일 러닝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태한 제 자신을 되돌아본다"며 "지현이도 꾸준하게 뭔가를 항상 하는데 이런 걸 보면은 너무 멋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김고은은 극 중 천상연을 바라본 은중의 감정을 질투가 아닌 동경으로 해석했다.
그는 "자존감이 높은 은중이가 상연을 처음 봤을 때 반짝반짝 빛나 보였고 첫눈에 반했다고 생각했다"며 "은중이는 '나는 왜 평범하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더 초점을 맞출 줄 아는 친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연을 보내주는 장면에 대해선 "은중은 웃으면서 보내줄지 고생했다고 말해줘야 할지 수만 번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떠나는 순간과 그 직후의 감정에 갭을 주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감정을 끌어올리는 과정인 마지막 동행의 촬영은 쉽지 않았다고도 털어놨다. 김고은은 "상연 앞에서 절대 울지 않는 게 은중의 다짐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며 "촬영하는 내내 울컥한 순간들이 너무 많아 (몸이) 뻐근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지현이가 MBTI 가운데 F다. 눈만 마주쳐도 울었다"며 "저도 막 울컥하는데 하도 우니까 눈물이 쏙 들어가고 그랬다. 지현이도 너무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리즈 '은중과 상연'. 넷플릭스 제공기억나는 대사로는 15화에 나오는 상연의 "아이가 한번 그렇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그렇게 돼버리는 거야"라는 말을 꼽았다. 해당 장면은 은중과 상연이 상연의 어머니 윤현숙(서정연)을 만나러 간 신이다.
"가장 사무치게 아팠고 안타까웠어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스치듯이 지나가는 생각으로 세상이 쉽게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다시 빠져나오기까지가 너무나 어렵잖아요. 상연이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지 생각했죠."외적 준비에도 공을 들였다. 김고은은 20대 은중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는 "(얼굴에) 젖살도 많았더라"며 "그 부분을 가져가고 싶어서 6kg 정도 찌웠다. 30대에 3kg, 40대에 3kg 빼서 정상 체중으로 돌아갔다"고 웃었다.
"후배 김건우 잡도리도…마무리 잘 지은 거 같아요"
시리즈 '은중과 상연'. 넷플릭스 제공촬영 현장 분위기는 유난히 조용했다. 오희진 역을 맡은 공민정도 '이렇게까지 조용한 현장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고은은 "현장이 어수선하지 않고, 큰 소리도 나지 않으면서 착착 조용히 진행됐다"며 "저희끼리 조영민 감독님을 두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했다. 권위의식도 없고 너무 담백하신 분이었다"고 감탄했다.
이어 "진짜 '은중과 상연'이라는 작품의 결과 같은 느낌의 감독님이었다"며 "작품 같은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김고은은 극 중 김상학 역을 맡은 김건우와의 호흡도 떠올렸다. 김건우는 김고은의 한국예술종합대학교 후배다.
그는 "학교 다닐 때 본 적은 없지만 제 동기들하고는 친한 배우인 것 같았다"며 "되게 똑똑하고 말투도 부드러워서 김상학 같았다. 정말 찰떡이지 않았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후배라서 장난도 치고 잡도리도 했는데 그런 걸 잘 받아줘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웃었다.
김고은은 차기작으로 오는 12월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로 돌아올 예정이다. 전도연과는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 넷플릭스 제공
끝으로 김고은은 '은중과 상연'의 매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람의 내면을 면밀하게 보는 작품이었어요.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담백하게 풀어내서 제 마음에 많이 남았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만들어갔는데 마무리를 잘 지은 거 같아요."이어 "'흥행' 보다는 이야기의 힘이 큰 작품이었다"며 "인생과 가치관, 관계에 대한 것들을 한번씩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보고 나면 마음을 싹 한 번 쓸어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총 15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공개 2주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5위에 올랐다. 또,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가 발표한 9월 3주차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에서 18.86%의 점유율로 전체 2위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