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위기의 중소 광고회사 DY기획을 배경으로, 대표 신동엽을 포함 김민교·백현진·지예은·현봉식·이수지·김원훈·지예은·차정원(카더가든)·심자윤(STAYC 윤) 등이 출연해 월급 루팡과 칼퇴근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유쾌하게 풀어낸 오피스 생존기다. '직장인들' 유튜브 영상 캡처사실상 정해진 각본은 없다. 90% 가까이 애드리브로만 진행된다. 매회 등장하는 게스트 역시 촬영 중 처음으로 대면한다고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김민 PD를 비롯해 배우 백현진, 김민교가 한 자리에 모여 쿠팡플레이 예능 '직장인들' 시즌2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김 PD는 "연출자로서 뭔가를 조율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저희는 판만 만들고 출연자들이 알아서 만들어가는 방식"이라며 "출연자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작품은 음악으로 치면 재즈라고 생각하시면 된다"며 "박자만 두고 시작하면 알아서 하나의 테마가 된다"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백현진은 "건축으로 치자면 구조만 있는 것"이라고 비유를 더했다.
김 PD는 이날 참석하지 못한 신동엽에 대해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이 판을 영리하게 짜주시는 분이 사실 신동엽 형"이라며 "김원훈 씨와 백현진 배우님이 많은 주목을 받지만, 전체를 봤을 때 이들이 놀 수 있게 판을 짜주고 슬쩍 빠지는 역할은 동엽 형이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1에서도 활약한 김민교는 극 중 자신이 맡은 역할을 '미드필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즉흥극을 하다 보면 여러 웃기는 상황들이 생기는데, 흘러가는 길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며 "길이 다른데로 새면 툭툭 쳐주는 방향 길라잡이가 필요하다. 캐릭터를 만드는 것 보다는 전체 흐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현진 "김원훈 연기에 말리기도…희한한 장면 나오는 거 같아요"
백현진은 "첫날 혼자서 대사를 이렇게저렇게 해봤는데 누군가 그렇게 하면 감 떨어진다고 얘기를 해주더라"며 "촬영 들어갔을 때 바로 하라고 해서 즉흥 연주처럼 임했다"고 떠올렸다. 쿠팡플레이 제공시즌2에는 부장 김민교 외에 또 다른 부장 백현진이 합류하면서 시즌1과는 다른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뒤늦게 투입된 백현진을 두고 '후(後) 부장'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김민교는 "후 부장님이 들어오면서 제 입장에선 플레이할 게 많았다"며 "시즌1에선 꼰대지만 MZ인 척하는 부장이었는데 아무래도 후 부장님과의 관계가 생기면서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목적이 더 정확해졌다"고 웃었다.
김 PD는 백현진의 섭외 과정도 전했다. 그는 "사실 백 배우님의 오랜 팬이었다. 연기도 연기지만 백 배우님의 음악을 들으면서 고등학생 때 공부했다"며 "백 배우님이 시즌1을 관심 있게 봐주셨다는 얘기를 듣고 말씀을 드리니 감사하게도 응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게스트로 출연할 지, DY기획 직원으로 합류할지 두 가지 버전으로 제안했는데 다행히 후자를 선택해주셨다"며 "그날의 환희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신동엽 형도 '천재적인 사람을 섭외했다'며 알아서 두면은 잘 풀어갈 거라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애초 백현진의 직급 설정은 김민교보다 높게 설정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백현진은 "오전에 회의를 하는데 '투 부장'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그렇게 됐다"고 웃었다.
극 중에서 백현진은 김원훈과의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 자체가 즉흥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백현진도 처음에 김원훈의 행동을 도통 예측 못 했단다.
"처음에는 '형 그냥 편하게 하세요'라고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저 사람 나한테 뭐 불편한 게 있나' 싶을 정도로 김원훈 씨의 연기에 살짝 말린 게 있었죠. 다시 즉흥적으로 받고 그러니 희한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거 같더라고요.(웃음)""모든 직장인들이 서로 으샤으샤? 직장인 소재는 마르지 않죠"
작품에 등장하는 PPT 자료는 제작진이 직접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김민 PD는 "약간 대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날 회의를 통해 뭔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 하면은 PPT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좌측부터 백현진, 김민PD, 김민교. 쿠팡플레이 제공
김민교 역시 시즌2에 백현진이 합류했을 당시 낯선 에너지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동엽이형, 원훈, 수지, 지예은 씨는 사실 작업을 많이 해봐서 눈만 봐도 뭐 하려고 하는지 알 정도로 호흡이 좋다"며 "백현진 형님이 들어오면서 불협화음이 있었는데 그걸 원훈이가 오픈더라. 김 PD가 그걸 살릴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오히려 김 PD는 이런 불협화음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출자로서 이 프로그램은 합이 잘 맞으면 안 돼요. 직장에서 모든 직장인들이 서로 으샤으샤하면서 지내는 건 없잖아요."
이어 "버라이어티가 아닌 오피스물이라 보니 큰 웃음으로 끝나지 않아도 된다"며 "불편한 상황으로 흘러가도 직장인들이니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백현진은 극 중 주임이 부장과 갈등을 빚는 설정 등에 대해 '희극'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작품이 정극이 아닌 코미디다보니 판타지가 있다"며 "어여쁘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PD는 시즌3 제작 여부에 대해 "시즌2를 계속 편집하고 있어 정말로 생각한 바가 없다"면서도, "직장 생활은 하루하루가 평온하게 끝나는 법이 없고 늘 새로운 갈등과 딜레마가 항상 생기기 때문에 이 직장인이라는 소재는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