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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경계를 넘은 사랑…안톤 허 첫 소설 '영원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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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가 번역 자정해 국내 출간

반타 제공 반타 제공 
한국 소설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에 오른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가 첫 장편소설 '영원을 향하여'를 통해 본인의 언어로 독자 앞에 섰다.

번역가로서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정보라의 '저주토끼' 등을 영어로 소개하며 세계 문학계에 한국문학을 각인시킨 그가, 이번에는 소설가로서 미래를 건너는 사랑의 이야기로 복귀했다.

'영원을 향하여'는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된 지구, 나노기술로 불멸에 도달한 인간, 감정과 예술을 이해하는 인공지능과 클론을 배경으로,수천 년을 관통하는 서사와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는 과거와 미래, 인간과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일기 형식을 따라 흘러가며, 생존 이후의 세계에서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치밀하게 탐색한다.

소설은 한 과학자의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불멸의 신체를 갖게 된 인물들, 감정을 인식하는 AI '파닛', 그리고 파닛의 정신을 계승한 클론 '이브 D'까지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책을 읽고, 시를 이해하며,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각 인물의 서사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주된다.

작품의 문학적 강점은 고전과 현대의 시들을 서사 구조 안에 유기적으로 녹여냈다는 데 있다. T.S. 엘리엇, 크리스티나 로세티,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은 서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인간성과 예술의 의미를 되묻는다. 파닛이 시를 통해 감정을 자각하고, 이브 D가 바다에서 주운 보라색 소라고둥 하나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장면은, 인간다움이 기술 너머 감각과 감정의 세계에 있음을 섬세히 암시한다.

정보라 작가가 번역을 맡았다는 점도 화제다. 서로의 작품을 번역해온 안톤 허와 정보라는 '영원을 향하여'를 통해 특별한 문학적 교차를 완성한다. 이들의 상호 번역은 단순한 언어 이전의 과정이 아닌, '사유의 공유'이자 '문학적 연대'로 기능하며, 책의 핵심 키워드인 '이야기의 계승'과 절묘하게 겹친다.

그는 지난 28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 제 소설이 출간된 후에 정보라 작가님이 먼저 번역 제안을 주셨다"며 "당시 '정 작가 자신도 얼마나 바쁜데 번역할 시간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정말 고마웠다"고 발ㄱ혔다.

'영원을 향하여'는 단지 미래의 이야기를 그리는 SF가 아니라, 삶과 죽음, 기억과 감정, 인간과 타자의 경계를 조용히 넘나드는 철학적 성찰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안톤 허 지음 | 정보라 옮김 | 반타 |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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