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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되지 못한 죄의식…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가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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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가공범' · '세이프 시티' · '가을 방학'

북다 제공북다 제공
일본 대표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가 데뷔 40주년을 맞아 신작 장편소설 '가공범'을 출간했다.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한 히가시노는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으로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아왔으며, 단행본 누적 판매 1억 부를 돌파한 일본 최고 인기 작가다.

'가공범'은 그의 새로운 탐정 시리즈의 서막이 되는 작품이다. 전작 '백조와 박쥐'에 잠깐 등장했던 형사 '고다이 쓰토무'를 주인공으로 전면 배치했다. 천재 탐정 대신 집요한 관찰력과 끈기로 사건에 접근하는 고다이는 작가 자신과 닮은 인물로 설정됐다.

이야기는 유명 정치인과 전직 배우 부부의 저택 화재로 시작된다. 겉보기에 단순한 사고처럼 보였지만, 타살 정황이 드러나면서 일본 전역을 무대로 한 대형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고다이 형사는 '가공의 범인'이라는 수수께끼와 맞닥뜨리며,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시대적 갈등을 파고든다.

책은 출간 직후 일본 종합 랭킹 1위에 오르며 2025년 일본미스터리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히가시노의 특기인 반전과 긴장감 있는 구성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휴먼 미스터리'로 평가받는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김선영 옮김 | 북다 | 528쪽

창비 제공 창비 제공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손보미가 신작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를 펴냈다.

소설은 트라우마 치료와 범죄 예방을 명분으로 인간의 기억을 삭제·조작하는 '기억 교정술'이 상용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여성 경찰 '그녀'는 수사 중의 실수로 인해 휴직하고, 남편의 대학 동창이자 신경과학자인 임윤성은 그녀에게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냐"고 묻는다. 그녀는 "기억이라는 건 그 사람 자체"라고 답하며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그러던 중 구도심에서 벌어진 여성 화장실 연쇄 파괴 사건에 휘말리며, 그녀는 뜻하지 않게 기억 교정술의 첫 시범 대상자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선다. 기술 개발자이자 권력 획득을 노리는 윤성과 그의 아내,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려는 여론전에 맞서 '그녀'는 진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작가는 신도시와 구도심의 극단적 분리, 안전 등급을 매기는 '세이프 시티' 앱, SNS를 통한 여론 조작 등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을 디스토피아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기억과 권력, 젠더화된 폭력의 교차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기술만능주의 시대의 윤리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작가 노트에서 손보미는 "우위에 서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나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고 고백하며, '세이프 시티'는 그런 참혹한 자기 인식 속에서 탄생한 소설이라고 설명한다.

손보미 지음 | 창비 | 248쪽

열림원 제공 열림원 제공 
한국 신예 작가 연소민이 출간한 두 번째 장편소설 '가을 방학'은  아버지의 실종으로 무너진 가족, 정신적 붕괴 상태에 빠진 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선택한 딸 솔미의 이야기다.

전작 '공방의 계절』로 영국,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 28개국에 판권을 수출하며 K-힐링소설의 가능성을 넓힌 그는 이번 신작을 통해 "관계의 서정"을 한층 깊이 있게 다룬다.

작품은 돌봄을 단순히 역할의 교환으로 보지 않는다. 엄마의 머리를 묶어주고, 함께 고향집을 청소하며 감을 따는 일상은 누적된 상처를 감싸는 감정의 언어로 작용한다. 관계 회복의 출발점은 서로를 '하나의 존재'로 받아들이는 데 있으며, 이 서사는 "상처는 남지만 더 이상 삶을 삼키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나아간다.

작품 속 배경인 전남 고흥은 단지 공간을 넘어 모녀의 기억과 삶이 교차하는 무대로 기능한다. 엄마에게 고향은 첫사랑의 흔적과 삶의 절정이 담긴 장소이며, 딸에게는 가족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심리적 공간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이 공간에서 시간의 결을 따라 상실과 화해, 성장의 과정을 섬세하게 엮는다.

친구 수오와의 재회, 잊고 있던 보사노바 음악, 서랍 깊이 숨겨진 엄마의 번역가 상장 등 조각난 기억이 이어지며 독자에게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던져진다.

소설은 절제된 문장으로 그려낸 모녀의 서사는 가족의 붕괴와 복원, 고통과 성장의 내밀한 순간들을 담아낸다.

연소민 지음 | 열림원 |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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