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주장 김준태(왼쪽)가 박정현과 함께 21일 PBA 팀 리그 미디어 데이에 참석한 가운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PBA'웰컴저축은행 PBA 팀 리그 2025-2026' 미디어 데이가 열린 2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 10개 구단 주장과 여자 대표 선수들은 저마다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새롭게 팀 리그에 합류한 하림의 패기가 돋보였다. 하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창단해 제10구단으로 프로당구에 가세했다.
주장 김준태는 새 시즌 각오에 대해 묻자 일단 "신생팀이라 많은 기대를 받으면서도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다른 선수나 팀들이 신생팀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리더로 팀원들을 잘 이끌어서 기대되는 팀으로 거듭나보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하림은 젊은 패기로 뭉친 팀이다. 김준태가 30살로 10개 구단 주장 중 가장 나이가 적은 데다 역대 최연소 PBA 남자부 우승자 김영원(17), 대한당구연맹 여자부 랭킹 2위 박정현(21) 등이 주축이다. 여자부 챔피언 출신 김상아(37)에 베트남 듀오 쩐득민(43)과 응우옌프엉린(31)까지 다른 팀들에 비하면 어린 축에 속한다.
PBA 역대 최연소 우승자 하림의 김영원. PBA사실 하림은 팀 리그 하위권으로 예상된다. 경험과 전력 면에서 살짝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이날 미디어 데이에 나선 김준태, 박정현이 올 시즌 PBA에 데뷔해 적응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캐롬연맹(UMB) 세계 랭킹 1위 출신 김준태는 올 시즌 개인 투어에서 개막전에서 1회전 탈락했고, 박정현은 1, 2차 투어 모두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하림은 자신감에 넘친다. 김준태는 우승 후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다른 우승 후보는 생각을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다부진 답변을 내놨다. 또 다른 팀 주장들에게 조언을 구했느냐는 질문에는 "다들 얘기를 잘 해주지 않을 것 같아 묻지 않았다"며 또 다시 폭소를 유발했다. 김준태는 2차 투어에서는 8강까지 진출해 차츰 PBA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박정현은 "개인 투어도 아직 2번밖에 치르지 않았고, 팀 리그도 아직 하지 않아서 낯설게 느껴진다"면서도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는 만큼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생팀인 만큼 빠르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현재는 호흡도 잘 맞고 있고 분위기도 너무 좋다"고 귀띔했다.
김영원, 김상아 등 남녀부 챔피언들도 있는 만큼 하림이 젊은 선수들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만만히 볼 수 없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에스와이 주장 황득희는 신생팀인 하림을 우승 후보로 꼽으면서 "우승을 할 수 있는 좋은 요건"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정현의 포켓볼 시절 스승이던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도 제자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앞으로 상대팀에서 활동하는데 그렇게 조언을 크게 해주고 싶지 않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은근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선전을 다짐한 10개 구단 선수들. PBA
PBA 팀 리그는 개인전과 달리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 복식 등 7세트 경기로 펼쳐진다. 워낙 변수가 많기에 혼자 잘 한다고 승리하기 어렵다. 호화 멤버에도 고전하다 최근 2시즌 연속 파이널 진출, 지난 시즌 우승을 이른 SK렌터카 주장 강동궁은 "전에는 각자 당구를 친다는 느낌이었는데 최근에는 서로 믿고 경기하는 팀 워크가 갖춰졌다"고 선전 비결을 전했다.
그런 만큼 팀 리그는 이름값만 내세운다고 이길 수 없다. 얼마나 팀원들의 호흡이 잘 맞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하림이 신생팀임에도 충분히 기존 강호들과 겨뤄 밀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하림의 가세로 각 팀들은 휴식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또 벤치 타임아웃이 5회에서 4회로 줄고, 세트당 2회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올 시즌부터 팀 리그 전용인 프레데터 테이블이 첫선을 보이는 등 기존 팀들도 적응해야 할 변수가 생겼다. 아예 처음인 하림이 유리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림은 1라운드 첫날인 22일 오후 10시 30분 가장 마지막 경기로 에스와이와 팀 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공교롭게도 2023-24시즌 합류한 하림의 바로 형님 격인 팀이다. 과연 하림이 신생팀의 패기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