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크림반도를 결코 러시아에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크라, 크림반도 이양 거부…"헌법상 양도 불가능"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파트너들이 제안한 모든 것을 실행하겠다"면서도 "우리의 법률과 헌법에 위배되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안의 핵심인 '크림반도의 러시아 이양'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취지의 발언이다. 우크라이나 헌법 제2조는 자국 영토가 '분할 불가하며 현재 국경 내에서 불가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크림반도 양도는 국민투표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계엄령이 발효 중인 현재는 개헌 자체가 불가능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안이 과거 미국 정부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발표한 '크림반도 선언'을 공유하며 "무력으로 국경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원칙을 트럼프가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미국은 해당 선언에서 "어떤 나라도 무력으로 다른 나라의 국경을 바꿀 수 없다"고 밝히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젤렌스키 "러 압박 우선"…트럼프 "시한 내 종전" 러·우 재촉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불타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건물. 연합뉴스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압박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침공 중단이나 휴전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압박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도록 남아공을 포함한 관련국들이 설득에 나서달라"며 "우크라이나는 포괄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과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러시아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만의 종전 마감 시한을 언급하며, 그 기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감일이 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나는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는다. 생명을 구하는 데 충성한다"며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날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림반도 양보를 거부하는 것이 협상 지연의 원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공격을 계속할 경우 추가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90명이 다쳤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불필요했고 시기적으로도 매우 나빴다. 블라디미르, 그만! 매주 5천 명의 군인이 죽어가고 있다. 이제 평화협상을 끝내자"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