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1회 변론에 출석해 있다. 류영주 기자12·3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에서 침묵으로 일관해 계엄에 동조했다는 사유 등으로 탄핵 소추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탄핵소추 의결서에 법무부 장관을 파면시킬 만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각하를 호소했다. 국회 측은 박 장관이 사실상 내란 행위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출석해 국회가 탄핵 소추권을 남용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국회 차원의 별도 조사나 증거수집 절차 없이 비상계엄이 내란이며 침묵은 공모라는 '궤변'을 토대로 탄핵 사유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 졸속 탄핵은 파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고위공직자의 직무정지와 이를 통한 국정 공백을 초래하기 위한 의도로 제기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라며 "이는 명백한 탄핵소추권을 남용하는 다수의 폭정"이라고 말말했다. 박 장관은 "헌재가 신속한 각하 결정으로 국회의 폭정에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12·3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하고도 계엄선포의 위헌성을 지적하거나 이를 막으려는 적극적 행동을 하지 않았고, 계엄 해제 이후 '안가 회동'을 한 사유 등으로 탄핵 소추됐다. 박 장관 측은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는 허위이며 의결이 졸속으로 이뤄지는 등 탄핵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인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과 청구인측 이원구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반면 국회 측은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면 헌법에 따라 준엄한 파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다른 부처 장관보다도 헌법 정신을 잘 아는 박 장관은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목숨 걸고 반대했어야 한다"며 "법무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우려 표명만 했다면, 국무위원으로서 책무 다하지 못한 것을 넘어 법무 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헌법 수호 의지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주장하며 파면을 촉구했다.
국회 측은 박 장관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관여했고,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했을 뿐 아니라 국회를 무시하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행위 등을 탄핵 사유로 들었다. 탄핵 소추안에는 박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진행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대표를 노려봤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소추 1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헌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박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을 열고 증거조사와 최후 변론까지 변론 절차를 모두 마쳤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해 통지한다고 밝혔다. 국회 측은 이날 박 장관에 대한 신문 신청을 요청했지만,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그건 힘들 것 같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의 변론을 종결한 지 20일을 훌쩍 넘기고 있지만, 여전히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최후진술 시간을 할애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신속히 지정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박 장관에 대한 사건을 포함해서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구국(救國)의 심정으로 헌법재판관들께서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을 지정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사례를 보면, 헌재가 통상 2~3일 전에 선고기일을 통지해 온 만큼 이번 주 안에 윤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가 이뤄지려면 적어도 다음 날까지는 기일 통지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