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는 린가드. 연합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가 불거지자 축구 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경기.
이날 두 팀은 꽁꽁 얼어붙은 잔디 탓에 부상 위험에 노출된 채 경기에 임해야 했다. 선수들은 잔디에 미끄러지거나 움푹 파인 잔디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특히 전반 27분 린가드(서울)는 상대 진영에서 방향을 틀다 들뜬 잔디에 축구화가 걸려 넘어져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치료를 받고 돌아와 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했으나, 상대 태클이 아닌 잔디 때문에 다칠 뻔한 황당한 장면이었다.
온전히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두 팀은 헛심 공방 끝에 0-0으로 비겼다. 잔디 상태 탓에 최상의 경기를 관전하기 어려웠던 팬들은 원성을 쏟아냈다.
린가드 SNS 캡처
이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잔디 상태의 시급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선수협은 4일 "최근 프로 선수들이 경기 중에 경험하는 열악한 잔디 환경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면서 "잔디 품질이 과도하게 손상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하면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제대회에서 한국 클럽과 국가대표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경기 환경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부상을 당할 뻔했던 린가드도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움푹 파인 잔디에서 드리블하는 사진을 공유하며 '골프'와 '분노' 이모지를 달았다.
서울시설공단 '시민의소리' 게시판에 올라온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지적 게시물. 홈페이지 캡처
4일 기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 '시민의소리'에는 잔디 상태를 지적하는 시민들의 글이 약 180건 쌓여있었다.
팬들은 "잔디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것 같다. 서울을 대표하는 경기장을 이렇게 관리해도 되는 건가"라며 "선수들의 부상이 걱정되고, 경기도 재미 없어진다. 왜 잔디에 투자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게시판 답변에는 "K리그 경기에 대비해 천막과 열풍기를 활용해 해동 작업을 시행했으나 잔디가 얼고 녹는 과정에서 토양 지반이 약해진 상태"라면서 "잔디 교체와 집중 관리를 시행할 예정이며, 기온이 오르면서 잔디 생육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동절기 잔디 그라운드가 동결된 상태에서는 잔디 교체 공사가 곤란해 올해 확보한 예산으로 3월 중 잔디 교체를 예정하고 있다"면서 "잔디 교체 및 집중 관리를 통해 잔디 품질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