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린가드. 연합뉴스소문난 잔칫집을 얼어붙은 잔디가 망쳤다. FC서울과 김천 상무 선수들은 서로 경기보단 부상 방지에 집중해야 했다.
서울과 김천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시즌 초반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린가드(서울)와 이동경(김천)의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됐다.
하지만 두 팀은 헛심 공방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예상과 달리 경기는 지루한 양상을 띠었다.
얼어붙은 잔디 탓이다. 선수들은 실수를 난발했고, 패스는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했다. 전반 36분에야 첫 슈팅이 나올 정도로 경기 수준은 떨어졌다.
킥오프 시간인 오후 2시 기준 기온은 영상 6도였으나, 거센 바람 탓에 체감온도는 영하 3도까지 떨어졌다.
선수들은 부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전반 27분 린가드는 상대 진영에서 방향을 틀다 들뜬 잔디에 축구화가 걸려 넘어져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치료를 받고 돌아와 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했으나, 상대 태클이 아닌 잔디 때문에 다칠 뻔한 황당한 장면이었다.
이동경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44분 역습 상황에서 아웃프런트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려 했으나 잔디 탓에 헛발을 디뎌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를 추구하는 서울은 후반 들어 기성용을 투입해 롱 패스로 공격 패턴을 바꿨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득점 없이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두 팀은 경기 내내 부상을 걱정해야 했다. 경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양 팀 감독들은 경기 후 하나같이 잔디 상태에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A매치를 치르려다 폭염과 외부 행사 등으로 잔디가 크게 훼손된 탓에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장소를 옮긴 바 있다.
다른 경기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광주FC의 2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이승우(전북)는 "이런 상태에서 경기하는 게 말이 안 된다. 돈을 내고 온 관중들에게도 부끄럽다"라고 작심 발언했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잔디 상태의 시급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선수협은 4일 "최근 프로 선수들이 경기 중에 경험하는 열악한 잔디 환경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면서 "잔디 품질이 과도하게 손상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하면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제대회에서 한국 클럽과 국가대표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경기 환경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