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경기장 응원석을 가득 메운 안양 서포터스. 김조휘 기자"수카바티 안양!"지난 시즌 K리그2(2부리그) 우승으로 창단 첫 승격에 성공한 FC안양이 K리그1 무대에서 처음으로 FC서울을 만났다.
서울과 안양은 '연고지 이슈'로 얽힌 복잡한 관계다.
서울의 전신 LG 치타스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안양에 연고를 뒀다. 하지만 2004년 1월 서울로 연고를 이전해 안양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후 안양 팬들은 시민구단 창단을 추진했고, 2013년 FC안양 창단과 함께 K리그2(당시 K리그 챌린지)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K리그2 우승으로 창단 12년 만에 첫 승격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승격팀 안양이 K리그1 무대에 합류하면서 서울과의 맞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양 팀 사령탑은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연고지 이슈'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유병훈 안양 감독은 "우리는 누구보다 냉정해야 한다. 2004년 2월 2일 안양LG가 연고 이전하면서 팬들의 아픔과 분노를 느꼈다"면서 "이후 재창단하면서 K리그2에 들어갔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선전포고했다.
이에 김기동 서울 감독은 "유병훈 감독께서 '연고 이전'이라고 하셨는데, '연고 복귀'라고 정정하시면 좋겠다"면서 "이건 감독들이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 연맹해서 정리할 문제"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두 팀은 지난 2017년 코리아컵 32강에서 처음 맞붙었다.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이 경기는 서울이 2-0으로 승리했는데, 안양 일부 팬들은 홍염과 연막탄을 터뜨리며 패배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서울-안양 '연고지 더비'. 한국프로축구연맹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양과 서울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라운드 맞대결.
두 팀이 K리그1 무대에서 맞붙는 건 이날이 처음이다. 코리아컵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 뒤 8년 만에 K리그1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안양 팬들도 고대했던 순간이다. 8년 만에 찾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응원석을 구단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응원석에는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라는 걸개가 보란 듯이 걸렸다. '홍득발자(紅得發紫)'라는 고사성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안양LG 시절 빨간색이 상징색이었던 안양은 '굴곡진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팬들의 염원을 담아 FC안양으로 새출발하면서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선택했다.
또 안양 서포터스는 경기 내내 선수들을 향해 구단 응원가인 "수카바티 안양"을 외쳤다.
'수카바티'는 산스크리트어로 '극락'을 의미한다. 안양 서포터스는 안양이라는 지명이 극락을 뜻해 '수카바티'를 응원 구호로 사용한다.
경기 전 유병훈 안양 감독은 "서울과의 경기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모두 특별한 경기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면서 "선수들에게 팬들의 한을 투혼과 영혼에 담아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고 했다"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안양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1-2 패배. 린가드와 루카스에게 연속 골을 내주며 무너졌고, 후반 추가시간 최성범이 만회골을 터뜨렸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8년 전 벌어졌던 '홍염 사태'는 없었다. 안양 서포터스는 성숙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유 감독은 경기 후 "먼저 2실점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득점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 "팬들이 많이 오셔서 힘을 주셨는데 화를 달래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5월 6일에는 처음으로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이는데, 그때는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연고지 이슈'로 얽힌 두 팀의 역사는 이제 새롭게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