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등 외식기업 브랜드 졸리비 캐릭터. 김기용 기자필리핀 최대 외식 기업 졸리비가 한국 커피·치킨 프랜차이즈를 잇따라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적 대세가 된 한류 열풍을 발판 삼아, K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역수출하겠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커피부터 치킨까지…한국 브랜드에 베팅한 졸리비
필리핀 마닐라 SM몰 내에 있는 졸리비 매장. 김기용 기자
졸리비는 전 세계 6800여 개 외식 매장을 운영하는 필리핀 1위 외식그룹이다. 2019년에는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미국 브랜드 '커피빈&티리프'를 인수하며 글로벌 커피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한국 저가 커피 브랜드 '컴포즈커피'의 지분 70%를 약 3억4천만 달러(한화 약 47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컴포즈커피는 전국 26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부산 기반 브랜드로, 자체 로스팅 설비와 무차입 경영 구조로 효율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졸리비는 이로써 프리미엄 시장에선 커피빈을, 대중 시장에선 컴포즈커피를 내세우는 투트랙 전략으로 커피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에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 운영사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다음달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예정이다. 예상 거래가는 1천억 원 중반대로 알려졌다. 노랑통닭은 700개 이상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한 대중 친화적 브랜드다. 이로써 졸리비의 '한류 외식 패키지'는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다.
졸리비, 한류 타고 'K프랜차이즈 역수출' 시도
필리핀 마닐라 도심에 있는 커피빈 매장. 김기용 기자
외식업계에서는 이 같은 졸리비의 행보를, 한국 브랜드를 인수해 자국 및 글로벌 시장에 다시 수출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졸리비는 이미 미국, 캐나다, 중동, 유럽 등 15개국에 23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K프랜차이즈 유통 인프라를 갖춘 상태다.
K-POP, 한국 드라마, 뷰티, 음식 등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 '한국 브랜드'라는 이름은 자체로 글로벌 마케팅 자산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졸리비는 한류가 가진 문화의 힘을 지렛대 삼아, 인수한 브랜드를 자국과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필리핀 내 한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지난 5월 마닐라에서 만난 'Anything K-POP' SNS 계정 운영자 안젤라 토레호스는 "필리핀 사람의 90%가 한국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한국 브랜드들도 현지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컴포즈커피와 노랑통닭은 각각 방탄소년단(BTS) 뷔와 배우 차은우를 모델로 내세우며 MZ세대 중심의 SNS에서 큰 인기를 얻은 브랜드다. 졸리비는 이 같은 감각적인 마케팅 자산을 활용해 47년 역사의 자사 브랜드가 겪고 있는 '노후화 리스크'도 보완할 수 있다.
초경쟁 한국 시장에서 얻는 '테스트베드 효과'
필리핀 마닐라 어디서나 졸리비를 찾을 수 있다. 김기용 기자한국은 커피 소비량 세계 3위 국가이며,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도 글로벌 수준의 초경쟁 구조를 갖췄다. 이러한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는 동남아와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IT 기반 주문 시스템, 일관된 매장 디자인, 강력한 물류망 등 한국 외식 브랜드의 운영 효율성도 졸리비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졸리비는 이 구조를 자사 시스템에 이식함으로써 전체 브랜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인수 시점에서의 환율 여건도 졸리비의 선택을 뒷받침했다. 인수가 진행되던 당시 원화 가치가 하락세였던 만큼, 졸리비 입장에서는 유망한 한국 브랜드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일각에서는 졸리비가 커피·치킨 브랜드를 통해 한국 유통망을 공략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현지와 달리 저가 정책 유지가 어려운 한국 특성상 직접 진출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이미 맥도날드, 맘스터치, 롯데리아 등 국내외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고,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해 신규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