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금의환향'.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금의환향했다.
백철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목표했던 금메달 2개를 넘어 금메달 3개(은5·동4) 등 총 12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2017년 삿포로 대회(금6·은3·동3)보단 저조한 성적이지만 메달 총 개수는 12개로 같다.
특히 여자 단거리에서는 '신예' 이나현(한국체대)이 여자 1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차세대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그는 여자 500m 은메달, 여자 1,000m 동메달을 더해 이번 대회 금·은·동을 모두 수확했다.
'신 빙속여제' 김민선(의정부시청)은 여자 500m 금메달, 여자 1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여자 100m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후배 이나현과의 격차가 0.004초에 불과할 만큼 치열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김민선과 이나현은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 김민지(화성시청)와 금메달을 합작하며 나란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4개의 메달을 획득한 이나현은 "이렇게 목이 무거운 채로 올 줄 몰랐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와서 굉장히 기쁘다"면서 "첫 동계 아시안게임이었지만 긴장보다는 재미있게 하고 온 것 같다"며 씨익 웃었다.
메달 3개로 이나현 못지않게 목이 무거웠을 김민선은 "올 시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대회 중 하나인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해서 홀가분한 마음이다"라면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금메달 2개라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스프린트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김민지(왼쪽부터), 이나현, 김민선이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남자 빙속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알펜시아)은 동계 아시안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는 남자 팀 추월에서 정재원(의정부시청), 박상언(한국체대)과 은메달을 합작해 한국인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금3·은1)와 2017년 삿포로 대회(금4)에서 8개(금7·은1)의 메달을 따냈던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서 통산 9번째 메달을 획득, 쇼트트랙 김동성(금3·은3·동2)을 제치고 한국 빙상의 전설이 됐다.
남자 팀 추월은 이승훈의 동계 아시안게임 마지막 경기였다. 1988년생인 이승훈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 동계 아시안게임 무대로 삼았다.
이승훈은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게 참 운이 좋은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긴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됐고, 개인적으로 대단히 영광스러운 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다 메달 기록에 대한 욕심과 부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좀 더 어렸으면 욕심이 났을 텐데, 이제는 크게 욕심낼 때는 아닌 것 같다"면서 "그냥 열심히 훈련하고, 성적은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자는 생각이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기록은 또 깨지는 법이다. 후배들이 더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내면 이 기록도 깨질 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시상식에서 이승훈이 밝게 웃으며 동료 정재원, 박상언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끝으로 선수들은 내년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각오를 다졌다.
이나현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고, 김민선은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내년 올림픽을 자신의 국제종합대회 마지막 무대로 삼은 이승훈은 "올림픽은 또 선발전을 치러야 하니까 아직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연히 올림픽에 가는 게 목표다. 나이를 떠나서 다시 한 번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