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니정재단 빌딩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대한축구협회장 4선 도전에 나선 정몽규 후보의 걸림돌이었던 '중징계 리스크'가 사라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적 하자,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국고보조금 허위 신청, 축구인 사면 부당 처리 등 27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문체부는 정 후보를 비롯한 축구협회 고위층에 책임을 물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야권 후보인 허정무 후보와 신문선 후보는 정 후보에 대한 중징계를 촉구하며 그의 후보 자격을 인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축구협회 정관상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은 축구협회 임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정 후보에 대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에 불복했다. 이에 지난달 21일 법원에 문체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또 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 행정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 후보 징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기로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니정재단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재판부는 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1일 축구협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낸 특정감사 결과 문책 요구에 관한 취소 요청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처분으로 신청인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달리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법원 덕에 '중징계 리스크'에서 벗어난 셈이다.
선거가 치러지는 26일까지 보름 남은 가운데 본안소송의 다음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현재로선 선거일 전 각하 결정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니정재단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의 포니정재단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연 정 후보는 취재진으로부터 '최근 축구협회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문체부 특정감사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정 후보는 "축구협회에서 잘 판단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후보 등록을 위해 축구협회장에서 사퇴했기 때문에 최근 행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본안소송에서 축구협회와 문체부의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는 "그동안 문체부와 여러 측면에서 오해와 소통 부족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에서 지원한 사업은 다른 체육 단체와 비교하면 잘 운영된다고 생각하지만, 중앙 단체에서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추후 당선되면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거듭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