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플레이스는 전국 곳곳의 소멸 위기 지역에 버려진 공간을 재해석한다. 리플레이스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강남역 가듯…맛집 갈까? 목포로 가요" 강진 사는 MZ들 ②"왜 다 서울로? 울분이 찼다" '소멸 위기'로 사업하는 청년 ③넥타이 '질끈' 서울내기가 400평 다래 농사 짓게 된 사연 ④전 세계 50곳 돌았던 그녀…서울 아닌 '완주'였던 이유 ⑤"남해의 미래요? 그냥 서울 가고 싶죠" 그럼에도 남은 이유 ⑥"인구, 늘어봤자 정치인이나 좋아…지방 소멸 대위기? 과장됐다" ⑦지방 소멸 돌파구 '여기' 있다…골목길 경제학자의 처방전
|
고속 열차는 없다.
도착지는 경상북도 문경시 산양면. 4시간 걸리는 고속버스를 타거나 2시간 들여 자차 운전, 두 가지 선택지가 전부다.
대중교통의 요지라는 서울에서도 이런데 다른 지역에서 가려면 또 얼마나 더 열악할까.
그런데 이곳에 카페를 연 청년이 있다. 이유를 들으니 황당하다. '돈 많이 벌어 멋지게 살려고'. 그러려고 대구에서 연고도 없는 경북 문경으로 왔다.
카페 창업의 기본 공식은 '사람이 많이 살거나, 많이 찾는 곳에 열어라'. 2020년 기준 전국 카페 중 약 40%가 서울·경기에 몰려있다.
경상북도는 전국에서 소멸 위험이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문경시는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관광 명소라고 하기도 어렵다.
"사람이 없는데…왜 그곳이었나요?"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은 '리플레이스' 대표 도원우(33세)씨와의 일문일답.
경상북도는 전국에서 소멸 위험이 두 번째로 큰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소멸 고위험 지역 문경시에 카페를 연 청년이 있다. 이유는 '돈 많이 벌어 멋지게 살려고'. 사진은 해당 카페 화수헌 입구 모습. 리플레이스 제공Q.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곳곳에 소멸 위기 지역이 많잖아요, 그 지역에 가보면 버려진 공간이 많습니다. 그 공간을 재해석해서 카페나 베이커리 편집샵, 스테이 같이 관광객이 쉽게 올 수 있는 장소로 변화시키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2017년 경북에 처음 와서 화수헌을 오픈했고, 여기가 성과가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 제안이 들어왔어요. 현재는 영양, 광주 등에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어쩌다 경상북도 문경시로 올 생각을 했나요?
우선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요, 시골에 가면 유리할 것 같았어요. 일단 경쟁자가 적잖아요. 특히 경상북도는 전국 지자체 중 제일 큰 데다가 바다도 있고 산도 있으니 크리에이터가 활용할 문화 자원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렇진 않은데 막연하게 '난 청년이니까 시골 가면 좋아해주겠지'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도원우씨는 "경상북도는 크리에이터가 활용할 문화 자원이 많을 것 같았다"고 귀촌 이유를 밝히면서 "(대구에서의 삶과 비교했을 때) 산만함이 많이 내려가고 집중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경=최보금 기자Q. 유휴 공간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건가요?
'시골 가서 뭔가를 해보자' 했을 때 돈이 없는 상태니까 활용하기 좋은 게 지자체가 갖고 있는 유휴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70-80년대 경제가 좋을 땐 지자체에서 사업을 하려고 사들인 집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지금 지방 소멸 되면서 아무도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방치가 되고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맞았죠.
Q. 카페를 운영한 지 약 7년 정도 되었는데 그 동안 어떤 변화를 느꼈나요?
지방 소멸은 엄청나게 느끼고 있습니다. 우선 처음 왔을 때 인사드렸던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셨고요, 주말에 단기 알바생으로 채용했던 청년들도 결국엔 다 (다른 지역으로) 떠났어요. 또 저희가 팀장님이나 관리자급들은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정말 많이 데리고 왔거든요? 인턴으로 거의 한 40명 정도. 그런데 결론적으론 아무도 남아 있지 않죠. 제가 아는 다른 대표님들도 많이 떠났고요.
카페 화수헌(사진)을 운영한지 7년차, 원우 씨는 "지방 소멸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문경=최보금 기자Q. 본인과 달리 왜 다른 청년들은 지방을 떠날까요?
주거∙일자리∙인프라 부족은 너무 많이 언급되는 거니까 따로 얘기 안 할게요. 저는 좀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이 세 가지가 안 중요한 돌연변이들이 있거든요. 이런 지역을 와서 정착해서 새로운 걸 해보려는 저희 같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요. 근데 이 사람들도 6년 7년 지나니까 '너무 힘들다' 하면서 결국 나가버리더라고요. 저는 이 사람들이 왜 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엔 이 지역에 있으면서 소속감을 못 느껴서 그런 것 같아요. 어디가서 '나 문경 기업이고 문경 사람이야'라고 할 수 있을만한 소속감을 지역이든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못 받은 거죠.
Q. 그럼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어떻게 했나요?
저는 다른 지역 사람으로 여기 와서 뭔가를 하는 건데 저기 건너편 할머님은 여기 오셔서 70년 동안 사셨거든요. 저 분을 무시하고 저희가 뭔가를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노력을 했죠. 같이 꽃도 심고 시 낭송회 같은 것도 하고 봄날에 닭국수도 먹고요.
카페 메뉴도 다 지역 농산물로 만들었어요. 마을에서 쌀, 콩, 양파 이런 것들이 나거든요. 그리고 문경 전체는 오미자가 유명하고요. 그래서 떡와플, 미숫가루, 오미자 에이드 등 다 지역 특산품 넣어서 판매를 하고 있죠.
원우 씨는 "사실 처음에는 '사업 해서 지역을 살리자' 이거 사실 거의 가짜에 가까웠다"고 고백하면서도 "근데 하다보니 '왜 다 서울로 가지? 서울 안 가고 시골에서도 사업 멋지게 할 수 없나, 우리가 그걸 한번 보여줄 수는 없나' 점점 울분이 찼다"고 말했다. 문경=최보금 기자Q. 단순히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함보단 '이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목적 의식이 더 강한 것 같은데?
대표 버전 대답이랑 개인 대답이 다른데요. (웃음) 대표 버전 대답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함이에요. 어려운 길이라도 이렇게 가야 '리플레이스는 소멸 위기 지역을 다루는 회사야'라는 브랜드가 생기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게 재밌어요. 사실 처음에는 '사업 해서 지역을 살리자' 이거 사실 거의 가짜에 가까웠거든요. 근데 하다보니까 좀 짜증이 나는 거예요. '왜 다 서울로 가지? 서울 안 가고 시골에서도 사업 멋지게 하고 좋은 차 타고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없나? 우리가 그걸 한번 보여줄 수는 없나' 점점 울분이 찬다고 해야 하나. (직원들) 데리고 오면 '답답해서 못 있겠습니다'하고 다 서울로 가니까, 이제 남은 멤버들끼리는 '야 시골에서 진짜 할 수 있는 거 한번 보여주자 열받지 않냐' 이런 심정이에요.
Q. 지방에서 살면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생활 방식이 있나요?
'경기도민은 인생의 3분의1을 도로에서 보낸다'고 하잖아요, 여기선 그런게 없어요. 1km에 1분 이상이 안 걸리거든요.
또 산만함이 많이 내려가고 집중도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전 한번씩 서울에 출장을 가면 가다가 진이 다 빠지거든요. 지하철 타고 주차 하고 나면 이제 미팅 시작인데 이미 힘이 다 빠져있어요. 근데 여기선 여유가 확실히 생겼어요.
Q. 앞으로도 계속 지방에 살 건가요?
그럴 것 같아요. 이 뒤에 저희 어머니, 아버지 집이 있고 이 옆에는 이모, 이모부가 살고 있어요. 다 대구 사람들인데 다 여기 와서 이제는 마을 한 구성원이 돼서 같이 살아가고 있죠. 예전엔 사업 확장을 하면 걱정스럽게 보시는 분들 계셨거든요. '돈 벌고 나가는 것 아니냐' 하면서. 그런데 가족들 다 여기 오고 난 다음엔 아무도 그런 말 안 해요. 앞으로도 여기 살면서 제가 얘기해왔던 것들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 [어쩌다, 지방?] 청년들의 풋풋한 모습을 숏폼으로도 보러오세요. 2360km를 달린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인터랙티브 페이지로 접속하세요. 사이트 주소를 복사 붙여넣기 하셔도 됩니다.
https://m.nocutnews.co.kr/Story/S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