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영장(판사) 쇼핑" "불법무효 체포영장" "(사법부 결정도) 망국적 비상상황" 법원이 3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윤 대통령 측의 반발 수위도 한층 적나라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필두로 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수사권한을 문제 삼아온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을 발부한 법원까지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날 윤 대통령 측 반응은 향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과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서 사용될 주된 대응 논리를 엿볼 수 있어 주목된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①"내란죄 수사권 없이 체포영장 청구…불법·무효"
이날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이후 윤 대통령 변호인단을 대표해 기자들 앞에 선 윤갑근 변호사는 "권한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 발부돼 놀랍다"며 "불법적인 영장 청구·발부는 불법·무효"라고 주장했다.
앞서 공수처는 "체포영장에 적시된 죄명은 내란 수괴"라고 강조하며 "발부 자체가 (법원이 수사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변호사는 "발부된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며 "(법원의 결정을)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위법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과 소통하는 석동현 변호사도 별도로 입장문을 내 법원을 비판했다. 석 변호사는 "사법부가 법과 원칙을 벗어난 처사를 거침없이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사법부의 난맥상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언급한 망국적 비상상황의 한 예"라며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②"비상식적 '영장·판사 쇼핑'"…"피의자 일정 조율도 졸속"
특히 이들은 공수처의 수사권한 외에 이례적 영장청구 방식도 '꼼수'라고 꼬집었다. 윤 변호사는 "군사작전 하듯 밤 12시에 청구됐고 기존 공수처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영장 쇼핑'하듯 서울서부지법에 청구됐다"고 지적했고, 석 변호사도 "'판사 쇼핑'이나 다름없는 비상식적 기준으로 법원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 변호사는 공수처가 굳이 특정 법원을 골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또 만약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수사권을 쥐고 검찰이 영장 청구나 기소를 진행할 경우 수사에 협조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공수처가) 일반 원칙을 우회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상황을 전제하고 묻지 말라"고 답을 피했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에 앞서 임의조사를 요구할 때 통상적인 피의자에 준하는 최소한의 존중조차 받지 못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윤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중복 소환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어느 기관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중복 소환뿐 아니라 1·2·3차 소환기간도 매우 짧아 횟수로만 여러 번 소환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항변했다. 체포영장 발부 요건이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당사자를 소환할 경우 상호 일정을 조율하는데 현직 대통령에 대해 그런 조정이 한 번도 없었다"며 "권력자이기 때문에 특혜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부정한 돈을 받은 초선 국회의원조차도 의사일정이나 당내 행사 등을 구실로 몇 달간 출석을 기피하는 예가 허다하고 체포영장 청구에 앞서 국회의원 과반수 동의 등 표결 절차가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과정과 비교하기도 했다.
③"'정치활동 금지' 포고령 1호 형식적 수준…문제 안 돼"
박종민 기자
스스로 '법치주의자'를 표방해 온 윤 대통령이 법 논리로 수사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윤 변호사는 "정상적으로 법이 지켜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상계엄 결단의 사유와 마찬가지로 현재 내란죄 수사를 거부하는 것 역시 '대통령으로서 (무너지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정치활동 금지'를 천명해 위헌·위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포고령 1호에 대해서도 윤 변호사는 "포고령 1호는 계엄이 선포되면 당연히 형식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고, 정치활동 금지 부분도 그에 따른 일련의 조치일 뿐 1호에 따른 실행 계획이 전혀 없었다"며 "국회에 간 군병력은 280명밖에 되지 않는다. 질서유지 병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탄 지급이 되지 않은 점과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로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면서, 2차·3차 계엄 모의 여부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이야기"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주장은 포고령 1호가 형식상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면서도 포고령 1호의 실행에 대해선 불법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어서, 그 자체로 모순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