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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교사 이태영씨, 44년 만에 '반공법 위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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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훈련소에서 체포…2년 복역
보안부대에 불법 구금돼 구타·고문 당해
교사직서 해직, 공안 찾아와 지속 고통
진실화해위 재조사로 재심…"이제야 가벼워진 기분"

44년 만에 무죄 선고받은 이태영 교사(오른쪽 세번째). 전교조 경남지부 제공44년 만에 무죄 선고받은 이태영 교사(오른쪽 세번째). 전교조 경남지부 제공
비상계엄이 내려진 1980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해직 교사 이태영(69)씨가 4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11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남 한 고등학교에서 독일어 교사로 재직하던 이씨는 방위병 소집 영장을 받아 1980년 2월 29일 훈련소에 입소했다.
 
교육훈련을 받던 이씨는 1970년대 대학 재학 중에 친구들과 만나 "김일성이나 박정희는 장기 집권에 있어 마찬가지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반공법은 악법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등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1980년 3월 8일 체포돼 구속됐다.
 
이후 기소된 이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는 출소한 뒤 교사직에서 해임됐고, 학원 강사를 했지만 공안들이 계속 찾아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등 고통을 받았다. 이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복직해 교편을 잡다가 2018년 퇴직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씨 사건을 다시 조사했다. 판결문과 보안부대 내사 자료, 수사 기록 등을 다시 검토했다.
 
그 결과 이씨는 입대 이전인 1978년 초부터 9월 중순까지 제501보안부대로부터 불법 내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1980년 3월 20일부터 최소 8일간 불법 구금됐고, 조사 중에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4월 이씨에 대한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 등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므로 재심을 권고했다. 이에 이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10월 부산지법에서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됐고 수사관들에 의해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수사기관에 한 진술은 증거 능력이 없다"며 "김일성 찬양 발언을 했더라도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명백한 위험이 있었음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4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이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성공했다면 오늘 무죄판결 역시 없었을 것이다. 계엄과 독재를 겪은 사람으로서 지난 3일 이후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무거운 바위에 짓눌린 듯 살아왔는데 이제야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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